나이 불문하고 생산적 일을 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도 많이 만납니다. 그런 까닭에 죽을 때까지 일 할 수 있는 전문직이나 개인사업자가 부럽기도 하지요. 작더라도 일자리가 있으면 다행입니다. 수입이 없더라도 소일거리가 있으면 즐겁지요. 기왕 시간을 보낸다면 사회에 유익한 일이 바람직하겠지요.
군자삼락이 전하지요.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왕이 되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여기에 들지 않는다.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다. 하늘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땅을 굽어보아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다. 천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愧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 앞의 두 가지야 응당 사람으로 갖는 정서요, 해야 할 바른 품행이지만, 세 번째로 가르치는 것이 즐거움이라 하였습니다. 어른을 움직이는 도서관이요 박물관이라 하지요. 그를 풀어 놓으면 사회에 기여도 되고, 자신 또한 즐겁지 않을까 합니다.
퇴직자 대부분 방콕여행 즐기거나 산악인이 된다 하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부인 뒤 졸졸 따라다녀 지청구 거리가 되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때로는 구박받기도 하지요. 산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낙향하기도 합니다. 생활비 저렴한 외국에 나가 산다는 사람도 더러 보았습니다. 당구, 바둑, 장기 등 취미활동과 격하지 않은 운동으로 소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변화가 감지됩니다.
소리 배우러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악기 배우러 다니는 사람도 많더군요. 글쓰기, 그림그리기, 사진, 공예 등 다양한 문화예술 학습을 합니다. 나아가 책도 쓰고, 무대에 서기도 합니다. 바람직한 것이야 두말 할 필요 없고, 산악인이 되는 것 보다 재미있겠다, 생각 됩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야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요. 그 수가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일어 교수가 퇴직 앞두고 문화관광해설사가 되어 어느 문화재에 배치되었다 자랑합니다. 보통 공부나 연구 하던 사람은 공부외의 다른 것,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지요. 특별하다 생각했습니다. 교수법도 체득하고 있어 누구보다 잘 하리라 믿습니다. 국가자격이라고는 2급 정교사에 운전면허가 다인 사람으로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숲해설사, 문화관광해설사, 재미있어 보입니다. 숲, 문화재, 문화유산, 누구나 곁에 두고 함께 살지만 아는바가 일천합니다. '문화관광해설사'는 2001년 처음에 '문화유산해설사'라 했다가 2011년 관광진흥법이 개정되며 바뀐 명칭이라 하더군요. 문화와 전통 유산에서 관광자원 해설까지 영역을 넓힌 것이라 합니다. 안내뿐만 아니라, 문화재나 문화유산, 관광자원을 바르게 이해시키고 체험활동을 돕는 역할입니다. 나이 먹으면 역사책을 주로 본다는데, 기호에도 맞을 것 같습니다. 역사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함께해 지적호기심 만족이나 성취욕도 충족시킬 수 있겠지요. 외국인도 안내해야 하니, 외국어를 잘 하면 시험 볼 때 가산점이 붙는 다는군요.
숲 해설 역시 다양한 이점을 가지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숲을 찾은 사람에게 숲의 생태와 역사 따위를 설명하고 안내 해 주는 역할입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안 것을 가르쳐 주는 일이 마냥 즐거우리라 생각됩니다. 신선한 공기 마시며 걷기 운동도 겸하니 이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며칠 전입니다. 산행 중에 10여 년 전부터 숲 해설 해오던 어른을 만났습니다. 반가움도 반가움이지만 처음 보았던 모습 그대로라 보기도 좋았습니다. 건강한 모습, 맑고 환한 얼굴, 해설사 일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해설사 뿐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사회교육 강사로 나서기도 하더군요. 어느 것이든 별도의 준비도 필요합니다. 넓이나 깊이도 더하고, 즐거움 나누기도 더해야 되겠지요. 자신의 즐거움으로만 끝나서는 문제가 된다, 염려되더군요. 깜박 잊기 쉽지요. 기본적인 소양도 준비해야 할 것 중에 하나입니다.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로 대신할까 합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즐거움(益者三樂)으로, 예악을 절도에 맞게 행하는 것, 남의 선을 말하기를 즐기며, 어진 벗을 많이 가지기를 즐기는 것이라 하더군요.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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