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 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
술꾼은 눈이나 비가 오면 酒님(?)이 생각나곤 한다. 40년 전 강릉 라디오 방송 시절! 생방송이든 녹음 방송이든 모든 송출은 '주조종실'에서 이루어진다.
방송국의 심장부라고 할까? 라디오 주조정실에는 생방송을 제외하고는 엔지니어 한 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자정을 전후해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모두 녹음 방송이었다.
엔지니어는 새벽 1시 이후, 정규방송이 끝날 때까지 졸음을 버텨야 한다. 마지막 프로그램의 클로우징 맨트가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수시로 녹음테이프(릴 테이프) 잔량을 보면서 프로그램이 끝나면, 곧이어 애국가 녹음테이프를 틀어야(?) 한다. 애국가가 끝나면 "지금까지 대한민국 강릉에서 보내드린… '어쩌고 저쩌고' 안녕히 주무십시오!"라는 테이프도 '온 에어' 해야 한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난 후 "치지 직 치지 직" 소리가 난다. 테이프가 다 돌아가 녹음되지 않은 부분에서 잡음이 송출된 것이다.
자정을 넘긴 음악방송은 템포가 느리고 조용하니 얼마나 자장가처럼 들렸을까? 잠이 들어 프로그램이 끝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전화 연락을 받고서야 '테이프'를 바꾼다.
선배는 징계를 받았지만, 성격이 좋아 이러한 명언(?)을 남긴다. "일 많이 하는 X이 징계를 받지, 일 하지 않는 X은 징계도 받지 않는다"고…. 그런데 추운 날씨에 야근하는 선배를 위한다고 酒案床 님(?)을 모시고(?) 간 죄! 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은 모든 '콜 사인'과 '사인 오프멘트'가 컴퓨터 입력 후 자동 방송되지만, 당시는 매시간 생방송으로 하던 시대! 추워지는데 그 선배는 여전히 잔을 들고 목운동(?)을 하고 계실까? 박붕준(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 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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