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
지나간 산업역사를 보자. 우리나라는 4번의 국가적 위기가 있었다.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의 존망의 기로에 서 있었다. 1973년 중동전쟁에서 야기된 1차 오일쇼크로 인한 첫 번째 위기는 경공업으로부터 중화학공업으로 전환하면서 무사히 극복하였다. 1972년에 준공된 울산석유화학단지가 앞장을 섰다. 이어 1979년에 터진 2차 오일쇼크도 우리는 자동차산업과 반도체산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이것이 두 번째 국가적 위기였다. 그리곤 중진국을 향해 열심히 내달렸다.
20년 후인 1998년에는 세계적인 IMF 위기가 찾아왔다. 이때 비로소 IT 벤처와 R&D(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 온 국민이 나서서 자발적으로 금을 모았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대기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삼팔선(38세가 되면 회사를 나갈지 선택), 사오정(45세면 정년퇴직), 오륙도(56세가 되어도 남아 있으면 도둑놈)란 신조어가 유행했다. 하지만 온 국민이 허리띠를 힘껏 졸라맨 덕분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게 IMF를 졸업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네 번째 글로벌 금융위기가 밀려왔다. 여러 정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출구가 보이질 않는다. '덫에 걸린 한국경제'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여기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칼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국가들은 저마다 강점을 가진 영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규제완화와 투자확대에 나서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글로벌 생존경쟁에서 무관심해 보여 안타깝다.
정부는 포용국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방점은 분배에 찍혀 있는 듯하다. 기존 주력산업이 급속도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진정 바란다.
코스모스는 한 줄기 바람에도 저항하지 않고 그 바람결을 탄다. 그저 바람에 몸을 맡긴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노라면 그리움의 파도가 밀려온다. 코스모스는 확실히 밀려오는 그리움과 눈물겨운 기다림의 꽃이다. 코스모스에게는 둔탁해진 마음을 착하고 맑은 마음으로 순화시키는 그 무엇이 있다.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가을 끝자락에서 그리워하게 하는 것은 무얼까.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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