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불변의 단위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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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불변의 단위 시대가 왔다

국제도량형총회서 4가지 단위 재정의 공식 의결
유형의 원기가 아닌 양자역학, 상수로 표준 측정
일상생활 변화없지만 교과서는 기본상수식 게재
표준연 킬로그램 재정의 위한 키블저울 개발 중

  • 승인 2018-11-18 09:27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SI
SI 단위 재정의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SI Illustration 해당 단위를 정의하는 상수 포함(BIPM 제공)
#같은 무게를 재는데 상점마다 저울이 다르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몸무게를 재는 체중계, 시장 상인이 사용하는 전자 저울을 조율하는 표준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단위와 함께 살아간다.

질량의 무게인 킬로그램(㎏), 길이의 단위는 미터(m), 시간을 재는 초(s), 온도를 재는 켈빈(k), 전류의 단위 암페어(A), 광도의 단위 칸델라(cd), 물질의 양인 몰(mol) 등 7가지 국제단위계(SI)는 세상을 조율하는 중요한 측정 단위다.

그동안 국제단위 7가지는 유형적인 측정 방식인 원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원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표준원기와 복사본 사이에 질량 차이가 발생했다.

물론 머리카락 한 가닥 정도, 우리 삶에는 어떤 영향도 발생하지 않을 만큼의 미세한 질량이지만 변하지 않는 표준 원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과학자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만큼 단위 표준이 안정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1889년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만들어진 국제킬로그램원기(IPK)가 대표적이다. IPK는 130년 동안 겨우 4번만 사용됐다. 파손 및 손실의 우려 때문이다. 고종 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원기는 한국표준연구원에 보관돼 있으나, 이 또한 쉽게 꺼내보거나 만질 수 없었다.

[사진2] KRISS에서 보유하고 있는 킬로그램 원기
한국표준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킬로그램 원기
▲불변의 단위 시대가 왔다

지난 11월 16일 불안정한 단위 표준 측정 방식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개최된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는 킬로그램(kg), 암페어(A), 켈빈(K), 몰(mol) 등 4가지 단위의 재정의가 공식 의결됐다.

이번 의결이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듯 유형적인 원기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양자역학, 즉 물리 수식이 도입된다. 원기 없이 각각 단위에 맞는 기본물리상수로 값을 고정해 측정 불확도가 0이 되는 셈이다. 유형 원기를 보관하지 않고도 표준 단위를 측정할 수 있게 됐다.

플랑크 상수(h)는 킬로그램(㎏), 볼츠만 상수(k)는 켈빈(k), 기본 전하(e)는 암페어(A), 아보가르드로 상수(NA)는 몰(mol)의 고정된 값으로 기본상수를 기반으로 단위를 정의하게 된다.

물론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다만 GPS가 정교해진 시간 측정을 통해 탄생했듯, 앞으로 첨단기술은 극한 영역에서의 미세 오차까지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측정을 필수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주장이다.

일상에는 큰 변화는 없지만, 교과서는 바뀐다. 새롭게 정의된 단위계는 교육부와 물리학회를 통해 전파되고, 표준연은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측정표준 연수를 열 예정이다.

표준연 박연규 물리표준본부장은 “”4개 단위의 정의가 한꺼번에 바뀌는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단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의 유무가 과학기술 선진국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SI 체계를 정의하는 상수

단위 (기호, 명칭) 단위를 정의하는 상수 
시간 (s, 초) 세슘 전이 주파수 (Cs = 9 192 631 770 Hz)를 이용
길이 (m, 미터)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 (? = 299 792 458 m s?1)를 이용
질량 (kg, 킬로그램) 플랑크 상수 (h = 6.626 070 15  10-34 J s)를 이용
전류 (A, 암페어) 기본 전하 (e = 1.602 176 634  10-19 C)를 이용
온도 (K, 켈빈) 볼츠만 상수 (k = 1.380 649  10-23  J K-1)를 이용
물질의 양 (mol, 몰) 아보가드로 상수 (NA = 6.022 140 76  1023  mol-1)를 이용
광도 (cd, 칸델라) 단색광 시감효능 (Kcd = 683 lm W?1)를 이용
키블저울
한국표준연구원에서 킬로그램 표준을 확립하기 위해 개발중인 키블저울
▲불확도 0, 키블저울을 만들어라

표준단위 재정의가 의결되기 전부터 과학 선진국들은 질량 단위 킬로그램 재정의를 위한 전자기력으로 측정하는 키블 저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키블저울은 질량, 중력, 전기, 시간, 길이 등 수많은 측정표준의 종합체로 측정의 불확도가 10의 8승 수준까지 구현돼야 한다. 현재 키블저울을 제작해 운영하는 국가는 6곳뿐이다.

미국과 캐나다가 선도적으로 앞서가고 있는데 두 나라의 측정표준기관이 구한 플랑크 상수의 평균값이 현재 국제적으로 채택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선도그룹을 추격하고 있고, 현재 10의 7승 정도의 불확도를 구현 중이다.

완성형 키블저울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표준연의 입장이다. 단 불확도 0에 가까운 측정값을 구현해 내기 위한 노력이 세계 각국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개정된 SI 단위계 정의는 2019년 5월 20일부터 공식 사용된다.
이해미 기자 ham7239@



*국제도량형총회는 1876년 체결된 국제외교협약인 미터협약에 근거를 두는 측정표준 분야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SI는 7개 기본단위와 여기서 파생된 22개 유도단위로 구성되는데 현재 미국, 미얀마, 라이베리아를 제외한 세계 모든 국가에서 법정 단위로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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