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국립민속박물관(유물번호: 민속 005195-000) |
이렇게 쌀 속에 들어 있는 돌은 정말 아무런 쓸모가 없고 오히려 그 돌은 경우에 따라서 고통이나 아픔, 그리고 불편함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이런 돌은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 중에 하나이고, 어떤 의미나 가치를 찾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아무리 돌이 의미도 없고 가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돌은 돌로써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길가에 버려진 돌이라고 하더라도 그 돌은 길을 단단하게 하고, 또 그 돌을 모아서 탑을 쌓기도 하고, 그 쌓여진 돌이 과거 외적이 침입했을 때 우리의 안전을 지켜 주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산길을 오르다보면 돌이 길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그 돌을 잘 정리해 놓으면 오히려 길을 편하게 오를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쓸모없고 가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돌이라도 우리 생활 속에 돌의 가치를 찾아보면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돌담을 쌓고, 징검다리를 놓고, 성벽을 구축하는 것도 돌입니다. 물론 이런 돌은 길가에 버려진 작은 돌과는 다른 것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돌이라고 하더라도 때로는 기이한 형태를 가진 것이거나 희귀한 광물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면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됩니다. 돌을 수집하시는 분이나, 광물을 연구하는 분들에게 이런 돌은 세상의 어떤 돌보다도 소중하고 귀한 것이 될 것입니다.
만약 학생들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면, 교수나 교사는 그 원석을 발굴하고 가치를 찾아서 원석이 빛이 날 수 있도록 깎고 다듬어야 하는 역할과 임무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보이는 무한한 가치가 있는 원석이 아닌 보잘 것 없는 투박한 돌이라고 하더라도, 그 투박한 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쓰임을 알아보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인도해야 하는 것도 역시 교수나 교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흔히 하는 말로 이미 앞에 놓인 보석을 세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투박하고 볼품없는 그냥 버려진 돌이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고 다듬고 가공하는 역할 말입니다.
그런데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로써 많은 역할과 임무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감당하기에는 참 어려움이 많습니다. 교육자이기도 하지만 또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사회인이기도 하고, 또 다른 분들과 같이 감정을 가지고 있는 보통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교육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임무가 다른 것들보다도 우선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교육의 과정에서 또 사회나 조직에서 원하는 것이 돌을 다듬고 깎는 시간이나 과정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단단한 돌이라고 하더라도 그 돌의 쓰임의 가치를 발휘하려면 때로는 비바람도 견뎌야 하고 오랜 시간의 과정 속에서 서서히 그 가치가 드러남에도, 우리 사회나 조직은 그냥 당장 필요한 외진 곳의 작은 디딤돌을 만들기를 바라니 말입니다.
아무리 작은 조약돌도 그 쓰임에 따라서 거대한 성벽의 가장 중요한 중심을 지탱하는 돌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거대한 원석이라도 깎고 다듬는 과정에서 쪼개지거나 또 그 쓰임이 잘못된다고 하면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잘못과 책임은 그 돌을 가공하고 다듬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우리 조직과 사회는 그 잘못과 책임을 돌에게 돌리고 외면하기도 합니다. 정말 이러지 말아야 하는 데도 말입니다.
가치를 알아보고 그 가치와 의미를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은 그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고, 비록 당장 눈앞에 그 가치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숨어있는 가치와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가치가 제대로 활용되고 쓰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그렇게 만드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울러 기다릴 수 있는 인내와 고통을 이겨내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모두의 가치를 찾고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숨어 있는 가치를 찾는 것,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그냥 방치되어 쓸모없는 것으로 버려지는 것은 없는 지 한번쯤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말 대대적인 집안 정리를 할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 것이고 어떻게 쓰여질 수 있을 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가을 하늘이 색색의 단풍과 너무나도 잘 어울립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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