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톡]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심리 톡]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 승인 2018-11-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이 글귀는 이채 시인의 시 제목이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되/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1연부터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시이다. 당연한 말이면서 진리가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시어다.



잡초와 꽃이라는 낱말을 보며 나는 잡초일까 꽃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은 어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나는 잡초일 때도 꽃일 때도 있다. 마음의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았을 때 내가 나로써 온전하다고 생각할 때는 향기 나는 꽃이지만 거짓을 말하거나 눈치를 보거나 좋지 않은 마음을 가졌을 때는 쓸모없는 잡초가 되어버린다. 사람이 필요한 곳에서 그에 맞는 역할을 할 때 우리는 꽃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50대 중년의 내담자 한 분이 처음 상담을 하면서 자신은 늘 잡초와 같았다고 했다. 지금도 잡초로 살고 있는 자신을 죽이고 싶다고 했다. 마른 나뭇가지처럼 웃음기도 전혀 없었다. 자신이 왜 꽃처럼 나무처럼 살지 못하는지 헤어진 남편이 원망스럽고 시어머니가 원망스럽고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도 원망스럽다고 했다. 심지어 잘 풀리지 않는 아들과 딸까지 원망스럽다고 했다. 내담자의 마음은 만신창이다. 삶이 아름다울 리가 없다. 마음이 아름답지 않은데 세상이 아름다울 리가 있겠는가? 이분에게 이채 시인의 시를 담담하게 들려드렸다. 그리고 소리 내어 읽어 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소리 내어 읽다가 멈추고 눈으로 읽었다. 읽으면서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다. 한참동안 말을 못하던 그녀는 1연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없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어려워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순간이더라-를 되 뇌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남편과 시부모와 원가족은 자신의 먼지를 털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먼지가 안 나게 살려고 애썼고 완벽함을 추구했기에 그래서 자신에게는 먼지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늘 자신의 먼지를 털었기에 힘들었다는 것. 누구하나 자신을 덮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투사다. 자신은 보지 못하고 남 탓만 하는 내담자가 안타까웠다.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꽃으로 보고, 깨끗함으로 보고, 아름다움으로 보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이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비합리적인 생각이다.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다. 다른 사람을 모두 꽃으로 볼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꽃이고 어떤 사람은 나무이고 어떤 사람은 풀이고 어떤 사람은 억새이고 어떤 사람은 갈대다. 그 나름대로의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자신의 특성을 인정하고 남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한 단계 긍정적으로 나아가 남을 잡초가 아닌 꽃으로 볼 줄 알아야한다는 것. 그것은 예쁜 부메랑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와 또 다시 가고 오고. 그러면서 단풍이 곱게 물이 들 듯 세상이 아름답게 물들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김종진 심리상담가

김종진원장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심리상담가 김종진 씨가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