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지요. 관련된 많은 말 중에 하나, 봉생마중(蓬生麻中, 蓬生麻中 不扶直)을 살펴볼까요. 대마라고도 하는 삼은 위로 곧게 자랍니다. 쑥은 옆으로 가지도 많이 치고 몸을 사방으로 흔들며 자랍니다. 그런 쑥이 삼밭에서 자라니 돌보지 않아도 곧게 자란다는 말입니다.
수능이 끝났습니다.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이겨낸 수험생 여러분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냅니다. 희망하는바 모두모두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이제, 입시부담 떨친 청소년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자칫 좋지 않은 일에 오염되거나 일탈행위를 할까 걱정합니다. 필자는 대전광역시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단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덕분에 대전 특정지역 골목골목을 세세히 걸어서 다녀봤습니다. 유해환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사람 모이는 곳 어디고 여지없이 청소년 유해 시설이 있습니다. 뿐입니까? 사이버 상에 전문가도 잘 모르는 무궁무진한 세상이 존재합니다. 사실은 차단하고 단속할 수 없는 일이지요. 한계를 절실히 느끼며, 좋은 환경을 일깨우는 분위기 조성만 해도 의미 있다 생각하였습니다. 계몽활동 위주였습니다.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유인하던 유해 없소 운영자, 성인들이 각성하면 하는 만큼 좋은 환경조성에 기여가 되리라 생각했지요.
어찌 보면, 일탈행위조차 성장과정일지 모릅니다. 괜한 노파심일 수 있습니다. 요즘 어린이,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 잘못되었다, 부족하다, 공부나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 때와 다르다 생각하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습니다. 발견되는 고대의 기록물(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점토판)에서부터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서적들이 비슷한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더 심하지요. 학년 차이만 나도 요즘 애들은 어떻다고 말합니다. 이와 같은 심리적 특징을 "좋았던 옛 시절 편향(Good-old-days bias,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 교수 R. Eibach)"이라 부르더군요.
조지오웰(1903 ~ 1950, 인도출생, 영국 문학가이자 비평가)이 한 말이라 들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앞 세대보다 더 많이 안다거나 뒤 세대보다 현명하다 생각하지요. 과연 그럴까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 읽었을, 생텍쥐페리(1900.6.29. ~ 1944.7.31., 프랑스 작가) 저 『어린왕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오히려 성인이 변화무쌍한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시작되는 일종의 세대갈등 아닐까합니다. 그럼에도 과오를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선악을 구분하는 판단력, 분별력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입시나 교육과정, 구조에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전인교육이 부실했지요. 제도권 교육은 물론 우리사회 모두가 전인적 교육프로그램 마련에 정성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인성발달은 가정교육 영향이 더 크다고 하지요. 주변문화나 사회교육도 중요합니다. 가로막고 단속하는 일에 앞서 좋은 프로그램, 좋은 환경 제공이 먼저가 아닐까합니다. 필자는 시험으로 대입시험자격을 얻은 예비고사 세대입니다. 시험 끝난 후 다른 반 친구들과 매일 축구 시합으로 시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운동신경이 무딘 탓에 매번 수비수만 했지만요.
어느 어른들 모임에서 학교 찾아가 연극공연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용이 민족정신과 건전인격 함양, 불굴의 용기와 희망을 담은 내용이라 하더군요. 어른과 청소년이 어우러지는 양수겸장의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되었지요. 훌륭한 프로그램, 필자보다 교육현장, 청소년지도현장에 있는 분들이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극 또는 영화 보고 토론하기, 학창시절 정리해보는 글쓰기, 문화답사 비롯한 여행하기, 각종 체육활동을 비롯한 공동체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정에서부터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했으면 합니다.
청소년 스스로 하는 성인成人되기 공부도 중요하지요. 이이(李珥, 1536 ~ 1584, 조선 문신이자 학자)는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성인聖人 되기를 목표로 삼으로 하였습니다. 바른 마음의 본보기로 삼으라 하였지요.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