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오늘 말하려는 '인연'은 헤어짐에서 오는 그립고 아쉬운 인연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해결해야하는 인간 모두에게 숙제가 되는 인연인 것이다.
아침부터 문자 한 통을 받은 남편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하다. 심호흡하는 모습을 보니 화를 가라앉히려고 무척 노력하는 모습이다. 조심스럽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이야긴즉슨 이렇다.
예전에 잘 나가던 친구가 망하게 되자 그 친구는 사람들만 보면 하소연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매번 남 탓을 하며 넋두리를 일삼자 처음엔 잘 들어주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친구가 남편은 측은해서 다독거리며 이야기를 들어주곤 했다.
그래도 능력은 있는 친구라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남편은 많은 돈은 아니지만 투자까지 하며 도왔다. 처음에는 고마워하며 함께 진행을 해오다 어느 정도 재기의 조짐이 보이자 남편한테 갑질을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없으면 이 일 못하잖아?"라며 남편에게 오히려 큰소리를 치더라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고 있다. 그 중에서 어떤 사람과는 오랫동안 함께 할 인연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미련 없이 나버려야 할 인연도 있다.
'이건 아닌데'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에도 그래도 나에게로 온 인연 놓지 않겠다는 미련으로 계속 이어가다 보면 손해도 보게 되고 이렇게 상처를 받게 된다.
우리는 어느 정도 시간을 가져야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지만 인연을 이어갈지 말아야 될지는 대화를 통해 인성이 갖추어져 있는 사람인가로 판가름을 낼 수 있다.
세월이 갈수록 그 생각은 더 명확해진다. 인성이 갖춰져 있지 않은 사람은 언젠가는 본성이 드러나고 그렇게 인연의 끈을 놓게 되고 마는 것이다.
인연의 끈은 놓겠다고 해서 놓아지고, 놓지 않겠다고 해서 안 놓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저절로 그렇게 만들어 버린다. 마음이 떠나면 관계는 끊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가끔은 '가치'라는 것을 따져봐야 할 때가 있다. 시간과 돈을 투자를 하게 될 때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동일한 잣대로 사람의 인성을 재어보면 그만큼의 가치가 매겨지고 평가되어 진다고 생각한다.
만남으로 인연이 되었던 그는 결국 마음이 끈을 놓아버리게 했다. 그립고 아쉬운 이별의 인연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그는 우리에게 남겼던 것이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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