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난 양심이 없어서 군대를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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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난 양심이 없어서 군대를 갔을까

방원기 사회부 기자

  • 승인 2018-11-13 10:19
  • 신문게재 2018-11-14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방원기
방원기 사회부 기자
지긋지긋한 예비군이 끝났다. 도살장에 끌려가듯 산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은 이제 안녕이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굳이 예비군을 할 필요가 있나 싶다. 그것도 1년에 한 번씩 6번이나 가야 한다니 말이다. 직장 일을 잠시나마 뒤로 미룬다고 생각하면 속 편할 수 있겠다 했다. 갈 때마다 생각했다. 차라리 일하는 게 낫다고.

직장인은 마음이나 편하다. 자영업자는 어떤가. 종업원을 여럿 둔 자영업자는 그나마 낫겠다. 혼자 장사하는 자영업자는 손님은 손님대로 못 받고, 매출은 매출대로 하락한다. 그런데도 국가에서 보상은 제로다. 보상이라고 말하는 게 우스운 소리일 수 있겠지만, 그들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보상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남녀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례로 부사관을 지원해 중사로 전역한 한 남성은 수년간 군대에서 나라의 부름에 충성했다.

전역 후 31살인 그에게 예비군 훈련은 아직도 4년이나 남았다. 그는 자영업자다. 하루라도 매출에 구멍이 생기면 남들보다 몇 배나 타격을 입는 자영업자다. 2박 3일을 예비군훈련에 투자해야 한다. 생계 수단인 가게를 내팽개치고 말이다. 자 그럼 여성은 어떨까. 한 여성은 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간부로 군에 있다가 적성에 안 맞아 나왔다고 한다. 이 여성은 '전역' 대신 '퇴역'을 선택했다. 퇴역은 예비군을 안 받아도 된다. 때문에 많은 여성 군 간부들이 전역 대신 퇴역을 선택한다고 한다. 물론 전역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지만, 소수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징병제는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병역 의무를 강제로 부여하는 제도로, 남성들이 그 대상이다. 여성은 본인이 원할 때 군대에 간다. 군대 안 가는 것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예비군도 그렇다.



여성은 예비군을 포기할 수라도 있다. 남성은 억지로 끌려가서 2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 바친다. 억지로라는 표현이 맞을진 모르겠지만, 여성이 퇴역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차이로 맞을지도 모르겠다.

남성 간의 차별도 생겨났다. 양심적 병역거부다. 최근 대법원은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 증인 신도 A 씨를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병역 기피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14년 전의 판례를 뒤집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양심이 있어서 예비군도 안 가게 생겼다. 대체 누구를 위한 예비군이고, 누구를 위한 병역인가. 2년의 세월 동안 나라를 위해 몸을 다 바친 보상이 고작 이것이란 말인가. 양심이란 단어는 빼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럼 난 양심이 없어서 2년간 사회와 생이별하고, 6년 동안 예비군을 갔을까. 평등이란 단어는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나. 물음표를 던져본다. 방원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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