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
시민단체는 없애거나, 새로 만들자는 주장을 오랫동안 고수하고 있는 반면, 그동안 지켜만 봤던 과학과 의료, 산업계는 국가를 위해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의료계·학계 연구자들로 구성된 '하나로 이용자 그룹 대표자 회의'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하나로 가동정지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 됨에 따라 국민건강 증진과 환경문제 개선, 소재산업 발전, 첨단과학 연구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재가동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하나로 정지는 국가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며 "현 상황의 신속한 해결과 하나로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 노력해주길 원자력연구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내 유일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가 지난 7월 30일 자동정지 된 이후 약 75일 만이다.
4개 분과 700명의 이용자로 구성된 하나로 이용자 그룹 이진홍 협의회장은 “하나로는 매우 중요한 국가 인프라 시설이다. 하나로 정지로 희귀소아암 치료제 생산은 물론 초미세먼지 등 국민의 건강과 환경문제 개선 관련 연구가 모두 멈췄다”고 말했다.
실제 하나로 가동 중지 이후 소아암 치료제 생산은 제동이 걸렸다. 하나로에서 원료 생산이 어려워 현재 필요한 만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 원료는 비싼 가격에 비해 반감기가 매우 짧다. 수입-제조 과정을 거치는 사이 반감기가 급격하게 떨어져 결국 치료 효과가 없어 폐기되는 원료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하나로 이용자 그룹 관계자는 “방사성 원료를 수입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해외 원자로라고 365일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수입 물량에만 의존할 경우 치료가 적기에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 원자로와 비교할 때 하나로의 가동정지 기간이 과하게 길어지고 있다. 원안위에 여러 차례 재가동 승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가동-재가동이 반복되는 하나로는 폐로 또는 신설이 답이라는 확고한 입장이다.
이경자 핵 저지 30㎞ 연대 집행위원장은 “하나로는 지나치게 노후화됐고, 내진 설계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사고의 문제는 경제적 수치로 따질 수 없다. 정말 원자로가 필요하다면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사성 치료제가 문제인데, 이 또한 정말 필요하다면 비용적 부담이 생긴다 해도 수입해야 한다. 하나로는 폐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가동 여부의 키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쥐고 있다.
14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리지만, 안건은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 심사결과 한 건뿐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하나로 자동중지 사건 조사는 마무리 검토 중이다. 외부에서 보면 긴 시간이겠지만,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는 짧은 시간이다. 다만 현재로써는 하나로 재가동 관련 위원회 상정 일정은 확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2011년부터 3년간 85개 기관, 연간 700명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이용해 실험과 연구를 진행했다. 2014년 내진성능 보강공사를 위해 3년 5개월 간 장기 자동정지됐다. 이후 2017년 12월 재가동 됐으나 또다시 가동 중지됐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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