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박스 제공 |
이 영화를 제주시 영화관에서 킬링 타임용으로 봤다. 평일이어선지 몇 명 안되는 관객 뿐이었다. 그 날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을씨년스런 초겨울. 한라산 등산과 연일 강행군하듯 제주 여행의 끄트머리에서 허탈감을 안고 마지막 날 제주시를 이리저리 배회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영화나 한편 볼까라는 심정으로 '내부자들'을 본 것이다. 영화 속에서 이병헌은 자신을 배신한 권력자들을 처단하기 전 전주곡처럼 '봄비'를 불렀다. 차 안에서 여자를 태우고 가면서 저음의 부드러운 이병헌의 봄비는 어찌나 달콤하고 음울하던지…. 유혈이 낭자한 피의 복수와 더없이 부드러운 노래 '봄비'.
연기파 배우 이병헌의 매력을 고양시킨 건 매력적인 목소리가 아닐까. 저음의 굵은 목소리는 배신에 치를 떠는 양아치와 그럴싸하게 어울린다. 핏발 선 눈은 증오로 이글거리고, 한편으론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는 삼류 조폭 안상구. 겨울로 접어드는 이맘 때면 이병헌의 '봄비'와 제주의 후미진 극장에서 홀로 영화를 보던 내가 생각난다.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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