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동 농수산물시장의 경매동에 '불매' 표기가 돼 있는 배추. |
지나가던 손님들이 왜 팔지 않느냐고 한 마디씩 말을 걸자, 상인은 "현재 도매가로는 손해를 크게 보는 상황이다. 품질은 좋은데 원하는 가격이 나오지 않아 도저히 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김장시즌에 돌입했지만 오히려 시장은 한산했다.
상인들은 가을철 김장 대목을 체감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일부 손님들이 가격을 묻고 흥정하는 모습은 종종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빈 수레와 빈 바구니로 이내 발길을 돌렸다.
이날 주재료인 배추는 출하량이 늘어 가격이 안정세를 찾았지만, 여전히 손님의 발길은 뚝 끊겼다고 했다.
한 도매법인 상인은 "10년 동안 장사하면서 우리 집 고객들도 와서 올해만큼 장사하기 어려운 경우도 처음이라고 말하고 간다. 김장하기 부담스러워 한다"며 "배춧값을 내렸지만, 손님이 크게 늘 것 같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으로 농작물 가격이 급등하자 도매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배추와 무는 1년 내내 수확이 가능해 자연재해 영향이 적었지만, 정작 양념에 들어가는 다른 품목은 직격탄을 맞아 김장 수요 자체가 줄었다.
실제로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을 돌아 다녀보니 배추 가격은 10㎏ 기준 5000원, 상품 배추는 6000원으로 형성돼 있었다. 김장철에 발맞춰 출하량이 늘어 지난주보다 2000원가량 내렸다.
반면 양념 재료로 쓰이는 품목들은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대표적인 품목은 생강이다. 흙생강은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에서 1㎏ 기준 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40%가량 올랐다.
대전청과 도매법인의 경매사는 "배추와 무는 자연재해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생산이 잘 된 편"이라며 "본격적인 김장철인 데다 주말 2일간 생산량까지 더해져 특히 가격이 낮게 형성돼 상인들의 수지에 맞지 않아 '불매'로 해놓은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전유진 기자 victory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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