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한 기억과 추억에 대한 의미는 그래도 약간의 차이가 있고, 이 용어를 사용할 때 갖는 의미에서도 약간의 구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기억'이라고 할 때는 '과거의 일이 사건, 상황 등을 있는 그대로 떠올리는 것'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억'이라는 것은 '과거의 상황, 일, 사건 등에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포함해서 갖는 기억의 내용'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학자도 아니고 언어나 우리말에 대한 연구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개인적인 느낌이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무척이나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내게 '기억'과 '추억'의 의미는 약간의 구별 또는 차별이 있는 말로 인식되고 또 이렇게 다른 의미로 이 두 용어를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내게 '기억'은 과거의 일이나 상황 등과 같이 과거의 것을 돌이켜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이며, '추억'은 과거의 일이나 상황 등 과거의 것에 개인적인 느낌이나 생각이 추가되어 때로는 간직하고 싶은 나만의 기억으로 긍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또 그와는 반대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기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게 '추억'이란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 조금은 개인적인 과거의 것들로, 일반적으로 과거의 일이나 상황 등을 기억함에 있어서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그래서 간직하고 싶고 아련하기도 하고 다소 아쉬움이 있는 그런 내용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과 '추억'을 구별하는 것이 어찌 보면 전혀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기억'과 '추억'을 구별하기보다는 반드시 기억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과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구별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일제 강점기의 역사나 우리 선조들이 독립을 위해 희생한 엄청난 사실도 그렇고,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역사는 물론이고, 광주민주화 운동이나 세월호 사건, 촛불시위 등등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기억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다짐을 하고 미래를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추억'은 그 뜻과 의미가 어찌되었든 과거의 기억에 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그 '과거의 추억'을 통해 향수도 느끼고 현재의 어려움이나 힘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추억'을 통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추억'은 내게 새로운 삶의 기쁨과 행복을 주기도 합니다.
나주목사내아/사진=박광기 |
나주목사내아/사진=박광기 |
지난 추석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다녀왔고, 지난 주말 어머니와 함께 목사내아를 다시 찾았습니다. 추석에 처음 이곳을 오신 어머니는 고택에서 하루를 묵으시면서 과거 어릴 적 추억을 떠 올리시고 깊은 감회에 젖으셨습니다. 지금의 전주 한옥마을에서 사셨던 어머니는 한옥에 대한 정감이 남다르신 것도 있지만, 아궁이에 장작을 지펴 난방을 하고, 나무 타는 냄새와 피어 나오는 연기는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계기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시청소속 직원으로 목사내아를 관리하시는 분들의 친절함과 정결한 숙박시설은 옛 추억 속으로의 여행을 이끄는 견인차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남았습니다.
나주목사내아/사진=박광기 |
그러나 추억은 그냥 그렇게 우리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어쩌면 추억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나주목사내아와의 인연은 처음에는 나의 추억이 되었고, 그리고 그 추억을 만들기 위해 다시 찾게 되었고, 이제는 어머니와 내가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제 어디 다른 곳에서 고택을 보게 되면, 어머니와 함께 한 목사내아에서의 추억이 떠오를 것이고, 벽돌을 쌓아 올린 굴뚝에서 나는 장작 연기는 또 다른 추억이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은 우리가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에 너무나도 좋은 계절입니다.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힘들더라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좋은 분들과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도 우리 삶에서 작은 행복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주말 새로운 추억 만들기를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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