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영희 제공 |
'야간조에 들어가기 위해선 빠진 자리를 기다리는 '대기'가 필요했습니다. 경기도 안산의 제조업 공장에선 티오(TO)가 하나뿐인 야간조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제 앞에만 두 명이 줄 서 있었습니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무슨 이유를 대건 결국 최저시급보다 50% 많은 '야간근로수당'을 받기 위해 장시간 야간 노동을 자처하는 언니들에게 유행처럼 떠도는 '워라밸'이란 말은 딴 세상 이야기였습니다.' - 「교체되는 부품, 맞교대 제조업 노동자」 중에서
이 책은 <한겨레> 24시팀 기자들이 직접 체험한 '균열 일터' 현장에 대한 기록이다. 기자들은 제조업 주야 맞교대, 콜센터, 초단시간 노동, 배달대행업체, 게임업계 QA 일터에 취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며 극단으로 치닫는 노동 현장의 모순에 온몸으로 겪고 깃발과 구호, 통계와 정책으로 살필 수 없는 일터의 모순을, 더 낮게 웅크려 왜소해진 노동자의 삶을 총 5부에 걸쳐 정밀화로 그려냈다.
이 책에 기록된 노동 현장은 현재 한국 사회 노동시장의 모순이 가장 집적된 곳들이다. 그래서 우리 노동법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공백지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기록'이기도 하다.
기자들의 글은 함께 일하는 동료가 꾹꾹 눌러쓴 일기처럼 가슴을 쿡쿡 찌르고 인포그래픽과 웹툰은 현실에 대한 이해를 한층 돕는다.
2009년 한겨레21에 연재됐던 '노동OTL' 기획시리즈에서 9년이 지난 지금. 노동의 형태는 살라졌어도 노동자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두 시리즈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을 탄식하게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더 낮게 웅크려 왜소해지지 않도록, 지면과 책을 빌려 외치는 또다른 노동자가 있음은 분명한 힘이 될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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