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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시월의 담'이자 저자 김홍덕은 어느날 갑자기 전업주부가 되어 살림을 시작했다. 책과 블로그를 통해 보는 그는 살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을 것만 같지만, 그 역시 살림을 하며 '정리정돈은 티도 안 나고 살림하는데 쓰는 시간은 낭비 같고 기꺼이 바친 대부분의 수고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살림하며 만나는 바람, 햇살, 기분좋은 촉감과 온도 같은 순간은 그에게 '살림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인지'를 알게 해줬다. 밥을 짓는 것은 집이나 글을 짓는 것만큼 의미있었다. 부엌은 그 곳에서 보낸 시간을 증명하는, 깊숙이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그의 살림은 배워서 하는 살림이 아니라 좋아서 하는 살림, 부지런 떨지 않고 느긋하게 하지만 빛이 나는 살림, 시간에 쫓겨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여유가 녹아있는 살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여기기 쉬운 살림이지만 특별히 마음과 정성을 쏟는 모습은, 자기 분야에 통달한 장인들의 태도와 같다. 살림을 작품으로 만드는 경지다.
책은 그의 취향이 담긴 감각적인 살림도구와 인테리어 코칭, 입맛 돋우는 요리 레시피는 물론 공간별 수납법, 청소 기술 등 세세한 정보도 담았다. 예쁜 집 구석구석을 주인과 대화하며 살펴보는 기분이다. 이렇게 살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책장을 넘기는 손끝을 따라온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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