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그랬듯 바쁜 현대인 또한 삶에 대한 통찰 혹은 감수성의 촉수를 예민하게 다듬고, 평소 사용하던 개념에 대한 이해 수준을 끌어 올리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인간은 때때로 지적 호기심을 좇는 존재라는 저자의 말처럼, 기계화된 사회를 살다보면 문득 '주체성'과 '자유의지'를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저자는 실존주의를 통해 현대인이 느끼는 삶에 대한 허무함을 해석한다. 탈산업사회 이론의 유효기간은 지났다는 시대 풍조에 정면 반박하는 듯, 사무엘 베케트와 제임스 조이스를 저작의 목차에 넣은 시도가 눈길을 끈다.
실존주의를 응축된 표현으로 설명하면서도 저자는 비전공 독자를 위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학문 영역에서 쓰이는 학술적 개념이 자주 언급되지만 특수한 키워드에 대해서는 해설을 붙이는 서술 방식을 사용한다. 최대한 쉬운 서술을 구사하면서도 거칠고 형해화된 이론 설명을 지양하려는 저자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삶의 의미를 치열하게 고뇌했던 대가들의 궤적이 독자의 흥미를 끄는 저작이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이하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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