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친구도 못된다.
잡초나 늪 속에서 나쁜 꿈을 꾸는
어둠의 자손, 암시에 걸린 육신.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풀섶에서 일어난 어느 아침부터
긴 몸뚱어리의 슬픔이예요 .
밝은 거리에서 아이들은
새처럼 지저귀며
꽃처럼 피어나며
햇빛 속에 저 눈부신 天性의 사람들
저이들이 마시는 순순한 술은
갈라진 이 혀 끝에는 맞지 않는구나.
잡초나 늪 속에 온 몸을 사려감고
내 슬픔의 독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뱃속의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듯
하늘 향해 몰래몰래 울면서
나는 태양에의 사악한 꿈을 꾸고 있다.
자학을 넘어선 위악으로 풍부한 시. 역시 최승자다운 시다. 기독교의 원죄의식의 상징인 뱀은 사악함의 메타포다. 시인은 자신을 늪 속에서 어둠의 자손으로 규정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토록 처절한 자기학대와 자기기만은 어디에서 오는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장 주네는 사생아로 태어나 좀도둑, 탈영, 남색 등 악취가 풍기는 온갖 기행을 서슴지 않았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 악마에 혼을 판 주네의 작품은 그래서 매혹적이고 아름답다. '내 슬픔의 독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누구의 친구도 못된다. 예술가의 형벌에 축복 있으라.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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