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대덕대 호텔외식서비스과 교수 |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든지 문화를 중시하고, 잘 가꾸려고 한다. 문화는 국민과 주민들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뿐 아니라, 바탕에 역사와 전통, 삶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있기에 관광 등 산업문화 자원으로서의 무한한 가치도 지니고 있다.
문화도시란 문화를 도시발전의 기본 축으로 설정하고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예술, 생활, 인문, 정신 등을 거버넌스(governance)하는 것이다. 쇠퇴하는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도시 재활성화(Urban Revitalization)와 지역의 고유의 색채를 살리기 위한 문화 인프라 구축으로 추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규모, 인구, 역사, 재정, 잠재력을 기초로 하여 지역민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도시 곳곳에 새로운 문화와 도시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도시를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공간으로 변화시킴으로서 그 지역민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되고 중장기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콘셉트로 도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visual identity)를 재정립하여 도시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도시가 문화를 형성하는 과정에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가 전제될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다양한 사회와 집단 간의 갈등, 대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시의 새로운 발전 전략으로 문화산업과 시민의 삶의 질이라는 측면은 도시문화를 형성함에 있어 두 가지 중심축으로 긴밀하게 상호연관 되어 있다.
도시 문화산업의 발전이 시민의 문화적 환경과 삶의 질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 문화도시로 뿌리내리기란 참 쉽지 않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 문화산업의 전환과정에서 그것을 주도하는 주체와 도시 내부의 여러 행위 주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지가 도시 문화산업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문화도시의 유형으로는 문화유산 관광형 도시, 현대적 문화산업 개발형 도시, 전통현대 혼합형 도시로 구분 할 수 있다. 문화유산 관광형 도시로서 이탈리아의 베로나(Verona)나 한국의 경주와 같이 역사와 전통을 기본적인 자원으로 하면서 인물과 설화, 종교유적 등을 활용한 도시가 있고 현대적 문화산업 개발형 도시로는 일본의 유바리시(Yubari, Hokkaido)나 한국의 춘천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들 도시들은 주로 수려한 자연경관과 상당한 수준의 지역문화예술을 보유하고 있고 도시문화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이다.
문화유산 관광형 도시와 현대적 문화산업 개발형 도시의 중간에 있는 도시들은 전통-현대 혼합형 도시라고 부를 수 있고, 한국의 전주, 수원, 대구 등의 도시가 이에 속한다. 이 도시 유형의 가장 큰 특징은 대체로 근대화시기를 통해서 산업화 전략에 실패한 전통도시였으나 남다른 전통과 역사를 보유하고 있어 전통문화특구조성사업이나 전통과 현대문화가 결합되는 형태로 새로운 문화도시로 새롭게 자리 잡은 도시이다.
문화도시 조성을 위해서는 문화시설에 대해 제도적으로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누구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일상에서의 문화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변화된 여건 속에서 현재 제공되고 있는 도시 공간 시스템이 제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문화서비스 제공을 위한 열린 시민 공간이 조성되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거하여 내년 말까지 전국 5~10개 도시를 선정하여 5년간 2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문화도시 건설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전시가 이 기회를 잘 활용하여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내실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전은 근대에 건설된 도시여서 문화의 토대를 쌓아온 역사가 여느 도시에 비해 길지 않다. 하지만 대전 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살려 도시 브랜드를 창출하고 시민 중심 문화도시로 만든다면, 도시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이현재 대덕대 호텔외식서비스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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