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자고 나면 오르는 모습에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유주택자들도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갈아타자는 분위기가 확산될 정도다.
여기에 상가나 오피스텔 분양도 이어지면서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유명강사를 초청한 투자설명회가 열리는 등 투기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일례로 육아 관련 강좌를 가더라도, 후원하는 금융기관에서 나와 엄마들에게 저축성 연금보험 가입하라며 신청서류를 들이미는 것이 실상이다. 하물며 분양업체에서 주최하는 설명회는 부동산 강좌라는 겉모습을 띄지만, 결국은 투자자를 모으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투자에 관심 있는 김모(40대) 씨는 "많은 사람이 열심히 저축해서 돈 버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들 얘기한다"며 "대전 부동산 시장이 다른 지역보다 좋기 때문에 설명회에 일단 가서 부동산 지식도 배우고,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전에는 외지 투자자들이 대거 들어와 둔산·도안에서 '아파트 쇼핑'을 했다는 것은 부동산업계 나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 어느 방송프로그램에서 소개됐던 스타 강사가 학원가 밀집지역인 둔산동 아파트를 투자처로 손꼽으면서, 그를 '맹신'하는 외지 지역 투자자들이 버스를 타고 올라와 6채를 하루에 통째로 사들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둔산과 도안 지역 전셋집을 보러 다니다 보면 '집주인이 투자자'라는 집을 많이 보게 된다. 외지인들이 '아파트 쇼핑'으로 산 집을 지금 당장 팔 수 없고, 부동산에 알아서 관리해달라는 식으로 집을 맡겨놓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집을 관리하는 중개사들은 "어차피 투자자가 산 집이라 당장 팔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이사 안 가고 살 수 있어 좋다"며 세입자를 받고 있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의 흐름에 맞게 부동산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투기세력에 의해 좌지우지 하는 것은 큰 문제다. 이런 비정상적인 흐름에 수요자들이 휘둘려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라는 개념은 '내가 정말 필요한가'라는 기준을 명확하게 가지고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 투자설명회를 가장해 부추기는 행위는 지금처럼 왜곡된 시장에서는 행정기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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