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과학부 원영미 기자 |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걸 보면 아직은 한창인가'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평일 아침은 유치원생 아들 둘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에겐 전쟁통이 따로 없다.
불고기덮밥 같은 한 그릇 음식으로 대령하면 반찬이 없다고 투정, 집을 나서기 전 이미 뽀뽀를 해줬는데도 안 해줬다 ‘징징’.
정신없는 와중에 알 수 없는 포인트에서 토라져 버리는 아이들은 대책이 서질 않는다.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정작 내 옷은 아무렇게나 잡히는 대로 대충 걸치고 나오는 날이 부지기수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너무 얇게 입어 "아~ 좀 춥네"라고 했던 기억도 있다.
아이들 소풍 도시락이라도 있는 날이면, 그날은 최악이다. 주방은 폭탄 맞은 것 같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시락 가방을 보냈다고 만족하며 출근을 했더랬다.
"아침부터 소풍이라고 도시락 싸느라 죽는 줄 알았잖아요. 아~ 힘들어."
"그래서 눈썹 안 그리고 왔구나?" 어느 부장의 말에 '헉'소리가 절로 났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참 많이 느끼고 있다. 엄마인 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아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남편과 아이들이 주는 기쁨을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할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다.
이런 현실을 대변하듯, 최근 한 통계에서는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공개한 '저출산 미래 비전(안)'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0년 64.7%에서 2012년 62.7%, 2014년 56.8%, 2016년 51.9%로 떨어졌다.
미혼남성과 여성 10명 중 3~4명만 '결혼을 해야 하거나 할 만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결혼해야 한다'고 여기는 비율이 미혼남성은 2010년 62.6%에서 2016년 42.9%로 하락했고, 미혼여성도 2010년 46.8%에서 2016년 31.0%로 떨어졌다.
출생아 수도 당연히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출생아 수는 22만6000명이라는데, 사상 최초로 '연간 출생아 30만명' 문턱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여전히 육아휴직에 대한 불이익과 불편한 시선은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결혼해 아이를 낳으려고 할런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꼭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권할 수 있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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