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비정규지부 조합이 대덕특구 정부 출연연구기관 최초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부터 9차례 정규 회의와 실무회의를 거쳤지만, 결국 장외 투쟁으로 이어졌다.
5일 정오, 점심 식사도 거른 채 출연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KISTI 앞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은 “자회사가 아닌 직접 고용하라”는 투쟁 구호를 외치며 무기한 천막 농성을 예고했다.
KISTI 비정규지부 조합에 따르면, 협상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행정부장이 교체되면서다.
행정부장이 타 기관과 비교해 KISTI의 속도가 빠르다며 진도 조절을 이유로 말을 뒤집었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악의적인 소문까지 더해져 갈등이 깊어졌다.
정민채 KISTI 비정규직 조합 지부장은 “임금 문제 등 80~90%까지 합의가 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용자 측에 자회사 준비를 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자회사가 아닌 직접 고용을 원한다. 임금인상도 없이 1년을 기다렸는데, 이제와서 자회사 카드를 내미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노조원들은 자회사는 현재와 다를 바가 없고 결국 낙하산이 모이는 비리의 온상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한편 KISTI 기간제 비정규직들은 지난 11월 1일 자로 정규직으로 전환돼 출근하고 있어, 파견용역 비정규직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크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성우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은 “한 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사용자들은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하겠다는 꼼수를 쓰고 조합원을 회유하고 있다. 더 이상 참고 인내할 수 없다. 투쟁으로 연말까지 직접 고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파견용역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용자들이 우리의 노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ISTI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주장에 대해,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협상에 제동이 걸릴 수는 없는 문제다. 정부 시책에 맞춰 진행 중이고,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연을 지원·육성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은 속도가 빠르다고 모두가 전환되는 문제는 아니다. 시간을 충분히 두고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이견 조율을 통해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KISTI의 파견용역 비정규직 인원은 대전 본원과 서울을 포함하면 모두 67명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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