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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결혼생활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소소한 행복도 맛봤고, 눈물샘이 마를 만큼 울었던 날들도 있었다. 때론 '인생 뭐 있어?', '사는 게 다 그런거지'란 생각에 우울해하기도,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식구들 덕분에 든든하기도 했다.
얼마 전 제목이 유독 눈길을 끄는 책이 있었다. '나는 지금 휴혼 중입니다'(박시현 지음)란 책이다. 부제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 따로 살기로 한 우리'다.
최근 '비혼', '졸혼' 등이 이슈화되기도 했었는데 '휴혼'은 또 뭘까.
휴혼(休婚)은 6개월이나 1년 정도 기한을 정해두고 부부가 각자 떨어져 지내며 결혼생활을 쉬어가는 것을 말한다. 혼인관계에 쉼표를 찍는다는 의미로, 이혼이나 별거와는 또 다르다. 비슷한 개념으로 '떨어져 있지만 함께 사는' 형태인 'LAT(Live Apart Together)'도 있다.
'LAT족'은 부부지만 각자 집을 따로 살면서 서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도움을 주는 관계다. 연구자들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영국은 10%, 호주·캐나다 등은 6~8%의 커플이 LAT족이다. 헤어진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 커플, 팀 버튼과 헬레나 보넘 카터 전 부부 등이 유명한 LAT족이다.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의 '졸혼을 권함'이란 책을 통해 처음 등장한 신조어 '졸혼'은, 결혼을 졸업함이란 뜻으로 혼인의 법적 효력은 지닌다. 한 TV프로그램에서 탤런트 백일섭씨가 졸혼 17개월차라고 선언해 주목받기도 했었다.
'나는 지금 휴혼 중입니다' 책의 저자인 박시현 작가는 휴혼, LAT와 같은 결혼 형태가 비정상적이거나 유별난 것이 아닌, 또 다른 가족의 형태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휴혼이 별거랑 다른 점은 물리적, 정서적 교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별거가 자신의 삶에서 상대를 빼는 방식이라면, 휴혼은 말 그대로 '집'만 분리하는 것이다. 별거 중인 부부가 '남'에 가깝다면 휴혼 중인 부부는 여전히 부부다. 학업을 쉬다가 다시 돌아가는 휴학처럼, 휴혼도 잠시 결혼생활을 쉬다가 일정 기간 후 합치는 걸 전제로 한다. 쉽게 말하면 '결혼 방학'인 셈이다.
'각방'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졸혼과 휴혼, 자기 자신과 1인 결혼식을 올리는 '솔로가미(Sologamy)'나 '비혼식'….
이렇듯 새로운 결혼관의 등장에 대해 한 전문가는 "늘 엄마, 혹은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오랜 관습이 새로운 결혼관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현재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졸혼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혼의 차선으로 졸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얼마든지 취미와 관심사를 존중하며 충분히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십 수 년 전 저명한 미래학자가 앞으로 현재의 20대들은 평균수명이 120세에 달할 것이며, 20년마다 한번 씩 결혼하는 것이 보편화 될 것이라고 예측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수명이 길어진 만큼 90여년을 한 사람과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결혼 생활에도 재충전이 필요하다. '참고 살지' 하다 보면 언젠가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별거나 휴혼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더 나은 결혼 생활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볼 수 있겠다. '행복 is 뭔들'.
현옥란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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