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걷다 4. 동구 만인산 길
시린 바람 속에서도
싹 터 오른
연둣빛 여린 순들과
뜨거운 햇빛 견뎌내며
몸 키워간
푸르른 잎들을 생각합니다.
도저히 어찌 할 수 없었던
그 많은 슬픔과
수없이 뒤척였던 아픔을 지나
세월에 몸 적시고 나서야
비로소
황홀하게 피어올랐습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서슴없이
미련도 없이
눈부신 빛들을 놓아 버리는
가을나무를 만납니다.
찬란한 시간들을
떨구어 내고는
오솔길 저리 환히 밝히는
그의 빈 마음을
아득한 그 길을
나는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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