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진짜와 가짜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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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진짜와 가짜의 차이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11-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진실한 세상에서 참된 교육을 받고 진짜 좋은 사람들과 만나며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행복입니다. 그런데 이런 바람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전혀 가능하지 않은 희망사항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참된 것과 진짜도 존재하지만, 그것에 반해서 거짓과 가짜도 함께 있습니다. 물론 진짜와 가짜, 참된 것과 거짓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는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참된 것과 진짜의 비율이 거짓과 가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면, 그 사회는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짜와 가짜,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선(善)과 악(惡)이 애초에 왜 존재하는 가에 대해서 누구나 한번쯤은 의문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 의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억지로 답을 해야만 한다면, 아마도 거짓, 가짜, 악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착하고 선하며 진짜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고, 그것을 추구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궁색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답은 어디까지나 궁색한 변명 같은 것에 불과하고, 이런 답을 일부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왜 거짓이나 악과 같은 부정적인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가에 대한 의심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우리가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하면, 그 화살을 신에게 돌려 일종의 원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과 함께 진짜와 참된 것만이 존재하는 사회에는 그럼 다른 문제는 없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사실 거짓이나 가짜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우리는 이런 의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아마도 진짜와 진실, 그리고 참된 것만이 존재하는 사회는 애당초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일 수도 있고, 혹시 만약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경쟁과 갈등과 같은 다른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런 추측이 사실이라면 또 다시 참되고 진실한 진짜만이 존재하는 사회는 더 이상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사회는 아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잡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떤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진짜나 진실보다 가짜와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은 아닌 가?'라는 우려가 먼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거짓과 가짜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진품이 아닌 가짜 상품이 즐비하고, 진짜같이 포장해서 남을 속이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보이스 피싱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밖에도 이런 종류의 가짜와 거짓은 정말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보고 판단 할 수 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것이 진짜인지 진실인지를 가릴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다행입니다. 문제는 쉽게 보이지도 않고 신중하게 판단하고 주의를 기울여도 판단하기 어려운 거짓이나 가짜가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 진짜를 위장하고 진짜를 가짜로 만들어 버리는 가짜와 거짓이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고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조차도 가짜와 거짓이라고 의심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어떤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고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가짜와 거짓이 없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예로부터 진실을 말하는 진언(盡言)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거짓으로 남을 속이거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감언이설(甘言利說)을 쉽게 듣게 된다고 합니다. 진실이나 진짜를 말하는 것은 그 속에 일부 비판이나 지적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 진실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입에 쓴 약보다는 혀에 단 거짓이나 가짜가 더 좋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중요한 결정이나 판단을 해야 할 때, 진실을 숨기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서 판단을 흐르게 하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극히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막상 그런 경우를 당하게 되면 진실이나 진짜보다는 거짓이나 가짜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것이 가짜이고 거짓이었음을 알고 후회하는 경우를 당하게 됩니다.

사실 어떤 결정이나 판단을 할 때, 그리고 그것에 대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할 때, 우리는 나름대로 그것에 대한 정보를 알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집한 정보가 때로는 너무 적기도 하고 또 때로는 너무 많아서 판단이나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모은 정보가 서로 비슷한 정도로 대비하고 있거나 서로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을 때, 우리는 그것에 대한 판단이나 결정을 쉽게 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주위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나 그래도 믿을 수 있다고 여기는 분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주위의 분들이 확신에 가득한 강력한 주장을 한다면, 그 말이나 정보에 신뢰를 갖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믿을 수 있는 주위의 분들이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조언이나 정보의 진위를 구별하는 것 역시 오롯이 나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내가 해야 하는 판단이나 결정이 어떤 중요한 의사결정으로 조직이나 집단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결정이나 판단을 내리기전에 판단이나 결정의 근거가 되는 정보의 진위는 정말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진실이 아닌 가짜의 조언으로 판단이나 결정을 흐리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짜이고 거짓이며 심지어 죄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에게 조언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어떤 결정이나 판단을 직접 하는 것만큼 중요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조언이나 정보는 늘 진실과 사실에 기초해야 합니다. 따라서 내가 얻는 정보에 대해서도 항상 그것이 진실이고 가짜가 아닌지를 스스로 검증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우리 사회를 진짜와 진실, 그리고 참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기초적인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을이 깊어가니 생각도 많아집니다. 아침저녁으로 느끼는 추위는 몸을 차갑게 만들기도 하지만 정신을 번쩍 들게 합니다. 차가운 이성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별하는 시간을 한번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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