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한 문인이, 술잔을 높이 들고 이백(李白, 701 ~ 762, 중국 당대唐代 시인 )의 시「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月下獨酌)」를 낭송합니다. 술 생각이 절로 나게 합니다. 지그시 눈 내리뜨고 읊조리는 낭송 또한 술 맛을 돋궈주지요. 스스로 멋있다 생각하는 듯합니다. 신선처럼 자세를 가다듬기도 하지요.
우리 대부분 이백의 시 한수, 명문장 하나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책을 좋아하면 당송8대가 문집 하나정도는 보았겠지요. 문득, 옛사람은 무슨 글을 왜 썼을까? 어떻게 썼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이백 시는 자유분방한 시적 상상력이 돋보이지요. 듣는 이로 하여금 탈속하게 만들고 흥이 나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위 시는 모두 4수로 된 연작시입니다. 술을 칭송하고, 술을 통하여 인생의 즐거움을 얻는다고 하지요. 더 들여다보면 결국 혼자라는 말입니다. 비애를 느끼게 하지요. 둘이 조화를 이루어 감흥을 만들어 냅니다. 이백의 시 1027수가 전해진다고 하는데요. 술과 달을 소재로 하거나 제재로 한 시가 많습니다. 그의 작품은 흔히 말하는 것처럼 웅장하고 호방합니다. 시선이라 불리는 것처럼 도가적이어서 신비롭기도 합니다. 술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절대고독, 근심을 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궤변을 담기도 하지요. 어찌나 시를 사랑 했던지,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기도 합니다. 은은한 달빛 아래 홀로 뱃놀이하다 술에 취해, 물에 잠긴 달을 건지려 뛰어들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지요.
어느 시대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는 정책이나 조정은 없나 봅니다. 젊어서 이백 스스로 출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요. 그것도 개인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태평성대를 이룰 웅지로 말입니다. 42세가 되어서야 어렵사리 벼슬자리 얻지만, 앉자마자 금세 실망에 빠집니다. 왕은 주색잡기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고, 조정은 소인배로 가득합니다. 문서나 작성하고 연회에 불려 질 노래나 짓다니, 스스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입만 벌리면 시가 쏟아져 나오는 천재시인이 할 일이 아니지요. 꿈을 실현시킬 방도를 찾지 못합니다. 결국 일 년 반 만에 관직을 포기합니다. 누구라도 술로 세월을 낚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요즈음도 즉흥시나 삼행시 등을 곧잘 짓는 사람이 보이더군요. 아마도 견문이 넓어 지식이 많거나 풍부한 상상력, 탁월한 시작 능력, 많은 노력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혹여 흉내만 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염려도 해봅니다.
어쩌다 보니 백일장, 경연 등 이러저러한 대회 심사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채점하다보면 다름이 중요 하지요. 같은 것을 들고 나오면 그 중 하나만 선택됩니다. 실력이 버금가도 버금상을 주지 않습니다. 예술작품도 예술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별성, 독자성, 정체성, 역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이백과 같이 읊조리면 좋은 시가 되는 천재는 거의 없습니다. 시작 방법은 오히려 시성이라 불리는 두보(杜甫, 712 ~ 770, 중국 당대 시인)를 흉내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두보는 조금 더 세속적입니다. 출발부터가 다르지요. 집안을 일으켜 가문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꿈을 갖지요. 당시는 시로 벼슬길이 열리기도 하였더군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이백을 비롯한 문인들과 교류합니다. 또한 "나의 시가 사람을 놀라게 하지 못하면 죽어도 그만두지 않겠다.(語不驚人死不休)"하여 고치고 또 고치고, 퇴고를 거듭하여 시의 완성도를 높였답니다. 시성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물이지요. 작품을 대하는 치열한 작가정신의 산물입니다.
그런가 하면, 백거이(白居易, 772 ~846, 중국 당대 시인)는 글을 모르는 노파에게 시를 읊어주어 이해하지 못하면 알아들을 때 까지 고쳐 쓰기를 반복했답니다. 만인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을 쓰고자 애써 노력했던 것이지요.
모두 다른 이유나 목적으로 글을 씁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도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요? 읽히지 않으면 글이 아니란 생각을 늘 합니다. 재주가 없는 탓이겠지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노력하지만, 쉽게 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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