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반드시 거대담론을 소개하거나 난해한 이론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일러스트와 글이 함께 실린 '53번의 일요일'은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차분한 어조와 그림체로 소개한다. 체계화된 흐름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겪은 사건과 주변에 대한 인상을 꼼꼼하게 기록한 공력이 돋보인다.
여유가 부족한 현대인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일요일에 주목한 발상도 흥미롭다. 작가는 '일요일=일상'이라는 등식을 통해 결혼 및 가정생활·여행·다도 등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자녀로 인해 울고 웃었던 해프닝과 배우자에 대한 감정을 묘사하며 작가 스스로가 타인과 가족 공동체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기도 한다.
김소은 작가는 무심히 흘러가는 일상에 쉼표를 찍기 위해 1년의 주말을 모아 '53번의 일요일'을 펴냈다. 엇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저마다 다른 소중한 일상을 성실하게 기록하는 작업이다. 일기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일상의 분위기·배경·인상·의미를 두루두루 서술하는 균형각감을 보인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일상에 공감하고, 자신의 관련 일화를 떠올리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화려한 그림체와 편집 대신 넓은 여백과 단순한 일러스트로 담백함을 담은 '53번의 일요일'은 독자에게 위안과 공감을 줄 법하다. 책을 읽는 이유는 독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1년의 시간을 일상이라는 콘셉트로 담아낸 작가의 시도가 유의미한 기록으로 남는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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