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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면 까만 밤하늘이 펼쳐진다. '조용한 밤' 이라는 첫 장의 글자 그대로 고요한 아프리카 워터홀의 풍경.
한 장을 넘기면 가장 먼저 새가 날아온다. 뒤를 이어 물을 마시러 온 코끼리 세 마리가 차례차례 등장하고, 멀찍이 기린도 모습을 드러낸다. 코뿔소, 혹멧돼지도 찾아온다. 목마른 동물들이 그저 그 자리에 모여 함께 한다. 작가가 아프리카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직접 마주한 장면들이다. 섬세한 페이퍼 커팅과 종이의 질감이 그 순간을 부드럽게 재현한다.
기다란 책장을 위로 넘기는 형식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를 떠올리게 한다. 검은 색 페이지는 하늘이 되어 평화로운 공존의 풍경을 감싼다. 정적인 감상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끌어올려진다. 책을 읽는 이도 워터홀에 함께 있는 동물이 된 듯, 고요한 밤 속으로 가만히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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