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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 수리조선소에서 들을 수 있는 이 소리는 배에 붙은 따개비와 녹을 떨어내려 배에 망치질을 할 때 난다. 한정기 작가는 장편소설 『깡깡이』에 그 영도의 수리조선소와 깡깡이 일을 하며 가정을 이끌어갔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창작노트를 통해 간직해 온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에 용기가 필요했음을 고백한다. 주인공 정은과 같이 장녀라는 의무감으로 살아온 시간의 무게와, 이해하기보다 외면했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작가에게도 버거운 주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간 한 시절을 복기하는 것"을 작가로서 가진 책임이라고 느끼고 "주어진 그 책임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정하자 비로소 마음 깊은 곳에서 이야기가 조금씩 꿈틀대며 자라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모두가 힘들었던 그 시절, 주인공 정은은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부모님의 말에 얽매여 기특한 딸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깡깡이 일을 하는 엄마를 대신하여 네 동생을 돌보며 살림을 살아야 했던 그는 어느덧 중년이 되어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있는 엄마를 돌보면서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회상한다.
작가는 깡깡이 아지매들의 망치질을 "자신들의 삶에 녹처럼 붙어 있는 가난을 떨어내듯" 안간힘을 다한다고 표현했다. "쇠와 쇠가 부딪쳐 내는 깡마른 그 소리에는 가난한 살림을 붙들고 사는 깡깡이 아지매들의 결기도 섞여 있었고 칡뿌리처럼 감겨드는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깡깡이는 악기 해금의 다른 이름이지만, 걸인들이 걸립의 댓가로 연주하는 소리가 달갑지 않다는 뜻인 '거지 깡깡이'라는 표현도 갖고 있다. 깡깡이는 그렇게 삶의 소리다. 몽실언니를 떠올리게 하는 책 표지 속 맏이와 영도 사람들이 깡깡, 하고 그 시절 이야기를 세상에 울린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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