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가을, 그리고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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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가을, 그리고 겨울

윤희진 경제과학부장

  • 승인 2018-10-31 10:00
  • 신문게재 2018-11-01 23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1윤희진(온라인용)
윤희진 부장
계절이 바뀌는 이유를 누군가는 ‘설레임을 위해서’라고 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뭔지 모를 기대에 부푼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그저 새로운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바람이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새로운 마음을 품고 새로운 다짐을 하곤 한다. 그래서 바뀌고 변화하며 달라진다. 이를 ‘발전’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혹자는 대한민국이 동남아시아의 수많은 나라보다 발전 속도가 빠른 이유를 여기서 사계절에서 찾기도 한다. 계절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설레임’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설레임도 유독 가을 앞에선 힘을 쓰지 못한다.



마흔, 쉰, 예순……. 나이가 들어도 가을은 가을이다. 봄과 여름, 겨울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생(生)으로 따지면, 가을은 성숙기다. 따뜻한 봄과 뜨거운 여름을 보내며 열정이 최고조에 다다른 꽃이 열매를 맺는다.

꽃은 열매를 알 길이 없다. 지금의 자신은 볼 수 있지만, 다가올 날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열매를 맺을 시기에 지난날을 그리워한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임을 알지만, 가을이면 무작정 그때가 간절하게 생각난다. 그래서 가을은 동경과 그리움의 계절이다. 눈물샘도 가장 활발하게 작동할 때다.

가을 거리를 걷던 사람들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옛 추억의 노래에 옛 연인이나, 옛 시절을 생각난다. 현실을 살면서 가슴 깊숙이 감춰야만 했던 감정이 잠시나마 해제된다. 40대 불혹(不惑)을 ‘불같은 유혹’의 시작이라는 부르는 것도 이 짧은 순간에서 비롯된다.

그 감정을 겨냥한 마케팅은 대성공을 거둔다. 이 짧은 계절, ‘찰나’의 그리움과 동경을 파고들면 사람들은 혼자만 간직하고픈 ‘지난날’을 위해 지갑을 연다. 화려하고 요란한 마케팅이 유독 통하지 않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가을 옆에, ‘외롭고 쓸쓸한’이 함께 붙어 다니는 이유다.

하지만 감성의 가을도 겨울 앞에선 흩어진다. 가을이 다시 현실로 바뀌는 때다. 현재와 미래, 일과 가족 등 눈앞에 닥친 지금의 자신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미래를 향해 또다시 앞으로 걸어간다.

가을은 ‘짧지만 강렬한’ 여행이다. 모든 인연(因緣)도 겨울의 가을처럼, 그렇게 끊기는 거라고 했다. 하지만 가을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변하거나, 사라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늘 현실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가슴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을 품어야 한다.” 혁명가 ‘체 게바라’의 말이다. 엄혹한 현실을 살아야만 했던 그의 삶에도 ‘가을’은 있었을 것이다. 훗날 이룰 수 없는 꿈만큼, 지난날의 잊을 수 없는 꿈도 분명 간직했을 것이다. 그것이 이룰 수 없는 꿈을 품고 전진할 수 있었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느샌가 새로운 해(年)를 준비할 때가 왔다.

대전이 한반도 역사에 등장한 지 100년이 되는 2019년을 주목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민선 7기 대전시를 대전 정치권력의 진정한 교체로 본다. 그래서인지 허태정 대전시장은 물론 그를 도우러 들어간 정무직들의 역량을 보고 싶다.

갈등과 마찰이 뒤섞인 복잡한 현안들 앞에서 특정 이념과 단체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내놓을지가 가장 궁금하다.

책임은 가을이 아니라, 엄혹한 겨울이자 현실이다.

경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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