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공사는 직원이 직접 티켓 부스 입구에서 지켜봤다고 밝혔지만 27일 직접 가본 엑스포광장 행사장에서는 신분증 검사가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티켓 부스에서 신분증을 내밀자 점원이 생년월일과 얼굴을 확인하지 않고 바로 입장권을 계산했다. 야외 클럽 외부에 있는 맥주 판매 부스는 물론 내부에 있는 부스에서 주류 구매를 시도했을 때도 입장권(밴드)을 확인하지 않았다.
신분증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야외 클럽에서 교복을 착용하고 음주하는 모습은 미성년자의 음주와 모방심리를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교복 착용을 동반한 음주가 미성년자 구분을 모호하게 해 일탈 통로로 악용될 수 있고 어린이도 현장에 있었지만 공사 측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공사가 문화 확산을 도와야 하는데 건건이 제한하면 어떻게 행사를 하겠느냐는 입장이다.
할로윈 축제는 좀비·살인마 등 기괴한 복장·분장 때문에 참가자의 신분증을 확인해도 사진과 실제 얼굴을 대조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사는 부지 임대 허가 과정에서 이 점을 검토하지 않았다. 주최 측이 제출한 축제 실행계획서 어디에도 미성년자 음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비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행사장에 미성년자가 몰릴 상황을 대비한 경찰 경비 요청 계획도 계획서에 빠져 있었다.
당일 야외 클럽은 출입 관리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마케팅공사는 부모님이 어린이를 대동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었다고 하지만 클럽 주변으로는 기둥 사이로 테이프 하나만 처져 있었고 테이프마저 없는 곳도 있었다. 보호자를 대동하지 않고도 어린이를 비롯해 누구나 클럽에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다.
행사를 후원한 마케팅공사는 공사를 비롯한 주최 측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행사에 문제가 있다 해도 후원 기관인 공사의 감독 의무에는 선을 긋고 있다. 오히려 기자의 취재가 잘못됐다는 적반하장의 반응을 보인다. 신분증 검사 미실시뿐 아니라 보호자 미동반 어린이가 출입할 수 있는 허술한 클럽 펜스 관리 등 문제를 외면하고 업체를 두둔하는 공사. 시민 정서에 반하는 행사에 부지를 임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대전마케팅공사가 진정 반성할 것이 없는지 묻고 싶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