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소설은 다르다.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이해하며 감동한다. 그것은 시보다 더 서술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처음 읽어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 소설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5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구성 속의 내용을 이해하면 되기 때문이다.
클래식에도 위에 언급한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이를 위해서 Beethoven의 '엘리제를 위하여' 통해 알아보자. 이 곡은 '엘리제'를 위한 사랑을 표현한 음악이다. 1810년에 작곡됐고 그의 사후 1867년 세상에 알려졌다. 그런데 엘리제가 누군지 불분명하다. 음악학자 막스 웅거는 이 곡을 출판할 때 출판업자 루드비히 놀이 '테레제(fuer Therese)'를 '엘리제(fuer Elise)'로 오독 한 거라 주장한다. 그 외에 '엘리제'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그러면 이 곡을 살펴보자.
첫 번째 시적 특징이다. 이 곡을 감상하면 음악 속에서 우수와 그리움을 접할 수 있다. 이 곡을 처음 접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바로 시를 처음 대할 때 느끼는 일차적인 느낌과 같다.
두 번째 소설적 특징이다. 앞에서 소설의 구성을 말할 때 5단계가 있다고 했다. 소설을 전개하는 것처럼 이 곡에도 이와 비슷한 구성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율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중간중간 다른 음악이 나온다. 이 음악들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잘 알려진 주제부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향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져 있다. 이를 'A'라고 하자. 이 'A'가 끝나면 첫 번째 에피소드 'B'가 등장한다. 사랑에 대한 희망과 기쁨이 표현됐다. A가 '가단조'로 우수에 차있다면 B 부분은 '바장조'로 밝은 희망과 기쁨이 있다. 다시 우수에 찬 'A'가 나온다. 이 'A'가 끝나면 두 번째 에피소드 'C'가 나온다. 그의 사랑에 뭔가 위기가 온 걸까? 어두운 저음부가 연타 되며 화음도 불안정한 '감화음'으로 시작되고 뭔가 불안과 절망을 얘기한다. 그리고 다시 'A'가 나오며 그리움으로 곡을 마무리한다. 구성을 정리해보면 A(2번 반복: 발단)- B(전개1)- A(전개2)- C(위기, 절정)- A(결말)이 된다.
이렇듯 클래식을 시적인 감동과 구성을 통한 소설적 이해를 하면 클래식을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또 이런 시각을 확대하면 더 큰 규모의 구성과 형식 그리고 다양한 쟝르의 클래식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클래식 알고 보면 어렵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 반복해서 듣는 게 중요하다. 반복은 클래식을 이해하는 열쇠다. 자 그럼 '엘리제를 위하여'를 들어보자. 그리고 다른 곡들도 들어보자. 그렇게 더 넓은 클래식의 세계로 항해를 시작하자. 안성혁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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