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가짜가 진짜인 세상 - Pseu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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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가짜가 진짜인 세상 - Pseudo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 승인 2018-10-29 08:37
  • 수정 2019-04-29 10:34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준원 교수
이준원 교수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지배했던 1500년간의 인류는 천동설(지구중심)을 진짜라고 믿었다. 지구는 돌지 않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갈릴레이가 과학적으로 증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동설(태양중심)은 가짜의 사상으로 인식되었다. 가짜와 진짜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은 그 시대가 가지고 있던 사상과 과학적 발견에 근거했을 것이다.

공을 마찰이 없는 수평면으로 굴러가게 하면 끝없이 굴러가며, 멈춰 있으려는 물체는 일정한 힘을 가하지 않으면 '관성'에 따라 멈춰 있게 된다. 세상은 끊임없이 굴러가려는 성질에 따라 효율성이라는 관성에 의해 굴러가고 있다. 가짜가 진짜로 위장되고 전파되는 것은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는 우리의 판단 기준과 욕망에 의해 우리 자신들로부터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슈도(Pseudo)는 거짓말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였고 이제는 '비슷하게 관련이 있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화합물을 이성질체라고 명명할 때 사용되며 자연계에 널리 퍼져 있는 균 중에 녹농균과 같은 병원균은 슈드모나스(Pseudomonas)속으로 불린다. 개발도상국에서 인프라 구축이 없이 농촌경제의 파탄에 기인한 도시 형성을 가도시화(pseudo-urbanization)라고 한다.

1475년에 이탈리아에서 실종된 유아가 유태인에게 살해되었다는 가짜 뉴스 때문에 수많은 유태인들이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다. 지난 미국의 대선기간에 주요 언론에서 작성한 기사들 중에 러시아 외무부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가짜 뉴스로 분류했다. SNS는 가짜 뉴스를 더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파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며, 프로그래밍된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작성된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럽의 정부들은 가짜 뉴스나 혐오 및 증오의 표현을 방치하는 SNS 기업에 약 6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에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가짜뉴스 찾기'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10대들에게 무분별한 미디어를 구별할 수 있는 교육의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러한 행사는 필요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에게 이러한 역할마저 넘겨줘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믿고 있는 신념에 맞는 정보를 접하게 되면 거짓된 사실일지라도 인지조화 성향에 의해 안정감과 위로감을 얻으려는 심리적 욕구가 강해진다. 확증 편향이 강한 자아중심의 네트워크, 한가지 사상으로 양극화된 네트워크의 발달은 기존 언론이 제공하는 사실에 기인한 뉴스의 기능을 약화키고 있다. 건전한 플랫폼 미디어를 활성화하고 언론과 디지털의 왜곡된 기능을 극복하기 위한 시민의 참여와 범정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인류는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계속해서 바꾸어 왔다. 새로운 트랜드라는 이름으로 유행을 만들고 과학은 가상세계를 현실세계화 하고 있으며, 가짜 상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페이크슈머(fakesumer)가 등장했고, 진짜보다 좋은 고급스러운 가짜가 브랜드화 되어 매출을 늘리고 있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 시켜줄 수 있는 개인 유전자 분석비용이 10만원이면 해결되는 시대가 오고 있지만, 사회보장시스템의 부족과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새로운 돌연변이의 탄생에 대한 대책은 뒤로하고 있다.

과학은 치밀한 사고와 검증 방법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밝히고 해결해왔다. 퀴리부인은 방사능의 위험을 이해하고 인류가 짊어져야 할 반대급부와 본인이 암에 걸려 사망한다는 결말을 상상이나 했을까. 과학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것이 아니며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도구도 더욱 아니다. 진실과 거짓의 모호함은 이 순간에도 도처에 놓여 있고 이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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