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느림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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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느림의 아름다움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10-28 14:5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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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일반적으로 일을 느리게 하거나 천천히 하는 사람은 조직이나 집단에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일을 천천히 느리게 하는 것 자체가 그 일의 완성도나 성과와는 무관하게 마치 능력이 없는 것처럼 치부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업무나 일을 함에 있어서 아마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일을 하는 속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일을 빨리 신속하게 하는 것이 능력이 뛰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일을 빨리한다는 것은 사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일에 대한 성격을 빨리 인지하고, 그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나 수단, 그리고 과정을 빨리 숙지하여 일을 하는 것은 일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고, 또 빨리 일처리를 한 후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을 빨리하기 위해서 일의 종류나 성격, 방법이나 과정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그냥 일을 마치기 위해 빨리 서두른다고 하면 분명히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습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일을 처리하는 방법의 오류로 인해 일을 망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일을 빨리하면서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를 도출해 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어떤 일을 할 때, 우리는 일에 대한 분석을 먼저하고, 그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가장 적절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또 일의 처리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따져보고 일의 흐름과 진행정도에 대한 타임 스케줄을 정한 다음 일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것은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조금은 신중히 그리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자는 의미를 갖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너무 많은 경우의 수와 예측들을 하고, 그것에 대한 검증을 하느라 일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과 적절한 방법들에 대하여 이견이 생겨 서로의 다툼이 발생한다면 그 일은 갈등과 다툼의 정도에 따라서 일의 진척이 늦어지거나 또 최악의 경우에 일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일을 처리하는 과정과 방법, 일 처리의 속도 등등에 대하여 일반적인 원칙을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미 결정되어진 일에 대하여 일을 처리하는 속도와 정도가 느린가 아니면 빠른가는 아무리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이 개인의 능력이 뛰어남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는 일을 맡게 되면 빨리 그 일을 처리하고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일의 성과나 결과도 중요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마치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적어도 내 경우가 그렇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기면, 일을 시작하는 처음부터 나는 빨리 그 일을 처리하고 그 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면, 그 일은 지지부진하게 되어 결국 진이 빠지기도 하고 집중력이 분산되어 일의 성과를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일을 해야만 한다면 가급적 최단기간 일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일을 마무리했을 때, 일의 성과나 효과보다는 일을 끝냈다는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내 경우, 일을 어떻게든 빨리 끝내려고 온갖 궁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일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그렇게 일을 서둘러 끝내고 났을 때 생기는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이라는 것이 어떤 종류가 되었든, 그 일을 하는 이유가 있고, 그로 인해 생기는 다른 효과와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그 일의 결과가 어떤 계획이나 정해진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면, 일을 신속히 처리하고 종결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만, 그 일의 결과에 따라서 다른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그 계획에 따라서 어떤 변화나 개선을 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일을 빨리만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는 인식도 하게 되었습니다.

빨리 일을 처리하고 마무리하는 것보다 조금은 천천히 일을 돌아보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일 처리의 단계를 설정하고 각 단계별로 일에 대한 평가를 하고, 그 평가에 따라서 앞으로 진행할 일의 방향을 정해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금하고 있는 일의 결과가 다른 일이나 다른 계획, 또는 새로운 변화를 위한 일이라면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오히려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일에 접근하고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느리게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하는 것이 빨리 일을 처리해서 나타나는 오류를 줄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천천히 신중하게 그리고 느리게 일을 하는 것은 비단 업무나 일을 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 그 자체도 동일합니다. 인생을 빨리산다고 해서 살아지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가 사는 삶을 조급하게 그리고 무조건 '빨리 빨리'를 외치면서 사는 것이 그 다지 여유롭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삶을 '빨리'라는 것으로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한번쯤은 돌아보고 큰 숨을 쉬고 다시 천천히 사는 것이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느리게 가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나림
게티 이미지 뱅크
요즘 가을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무엇인가에 쫒기 듯이 바쁘게만 산다면, 이 아름다운 가을이 우리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가을이 우리 삶 속에 들어올 수 있게 조금은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사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여유를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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