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관계와 동반자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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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관계와 동반자 정신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10-28 14:4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막 혼인하거나 신혼부부에게 입버릇처럼 이르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것이 인생이다. 서로 시험하거나 기 싸움 같은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지마라. 행복이란 이기는 것에 있지 않다. 서로 존중하는 곳에 샘솟는다. 존중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요, 이해는 상대방 밑에 서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것 중에 가장 소중하고 값진 것이 시간이다. 아무리 많은 금은보화를 줘도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 수는 없다.

혼인뿐이겠습니까? 사람 속에 있는 것이 사람이지요. 평생 관계 속에 있습니다. 처세라고도 합니다. 관계(relationship)를 잘하는 사람, 동반자 정신(partnership)이 강한 사람이 성공인생을 누릴 가능성이 높지요. 행복을 얻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모두가 알지요. 그럼에도 실천하기 무척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말은 근사하게 해도 필자 역시 부부간에 자주 대립하고, 대인관계도 썩 좋지 않습니다. 갈등을 양산하며 살지요.

어려운 일이기에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중시하지 않을까요? 어떤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실천하기는 무척 난해한 일인가 봅니다. 우선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한길밖에 되지 않고, 특별한 장해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마음의 문, 문만 열면 되지 않나요? 설사 내 것이 된다 해도 발끝까지 가기는 더 어렵습니다. 마음뿐인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물론, 앎을 다 실천하며 살 수야 없겠지요. 노력하며 사는 것이 성숙한 인간의 도리라 생각합니다.

나이 먹을수록 지혜로워야 하는데, 그 반대인 경우를 자주 봅니다. 오히려 고정관념이 많아져 타협이 어려워지나 보더군요. 등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서로에게 커다란 상처가 됩니다. 내가 쌓아 온 고정관념만큼 다른 사람도 벽을 쌓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를 서로 존중해 주는 것이 배려 아닐까 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지요. 속뿐이겠습니까? 넓이나 깊이, 크기를 몇 번 보았다고 알 수야 없겠지요. 한 사람의 일생에 담긴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어찌 이해 할 수 있나요. 사유나 활동 범주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겠으나, 그 차이를 계산해 낼 수 없겠지요. 진면목을 어찌 알아요? 그 어떤 생명체도 가볍게 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백거이(白居易, 772 ~ 846, 중국 당나라 문장가)가 노자(老子, BC 6세기경 활동한 중국 제자백가 가운데 한 사람)를 비판하는 시가 있는데요. '독노자讀老子'라는 시입니다. 독해문을 빌려 원문과 함께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하며 아는 사람은 침묵한다. 이 말을 나는 노자에게 들었네. 노자가 정말 아는 사람이라면 어찌하여 스스로 오천문장을 지었나. 言者不知知者默 此語吾聞於老君 若道老君是知者 緣何自著五千文"

『노자老子』 56장 첫머리에 나오는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를 은근히 야유하고 있지요. 감히 백거이 시에 사족을 달 수 있나요. 필자가 알 수 없는 깊이가 있겠지요. 노자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세상일을 일천한 지식으로 재단하지 말며, 그를 자랑하지 말라는 뜻 아닐까요? 필자 스스로 지극히 경계하며, 체험 위주 글을 씁니다. 아는 세상이 미세하니까요. 말할 것도 없이, 누구나 다 알아서 말하는 것도 아니요, 말이 다가 아니겠지요. '독노자' 역시 말을 경계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위 내용을 보면 오해의 소지가 많지요. 일상적으로 싸움의 소재가 됩니다. 사소한 언행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곧잘 말이나 행동, 겉모습이 다 인 것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어느 것은 애써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지요.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하던가요? 함께 하다보면 더러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역시 아주 작은 일면에 지나지 않습니다.

올해 벽두부터 웃으며 행복한 한 해를 보내자 다짐 했어요. 그런 훈훈하고 따뜻한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었지요. 연말을 두 달 앞둔 시점에 살펴보니 변함이 없네요. 필자는 여러 제약으로 활동반경이 줄어, 많은 사람을 깊이 있게 만나며 살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관계의 장벽을 하소연하는 분이 주위에 다수 있습니다. 말하면서 풀리라고 경청해 줍니다만, 이간질같이 느껴질 때도 있고요. 자가당착自家撞着으로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하지요. 모든 것은 스스로 풀어야 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그것도 먼저 풀어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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