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사립유치원 비리 이야기다.
오래전부터 사립유치원들과 관련한 소문은 무성했다. 하지만 실체적 증거는 없었고 학부모들은 "우리 유치원은 괜찮을 거야"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냈다. 그 믿음은 일종의 '자기암시'이기도 했다. 아이를 집에서만 보육할 수 없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유치원을 믿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사립유치원의 민낯은 충격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2013~2017년 전국 17곳 시도교육청 유치원 감사'에 따르면 유치원 1878곳에서 총 5951건의 부정수급 및 비리가 적발됐다. 적발금액만 269억 원이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국가가 지원하는 교비를 빼돌려 수백만원짜리 명품가방을 사고 외제차 등을 구입했으며 심지어 술집이나 성인용품 구매에도 사용했다.
유치원 경영자들의 삶이 점점 윤택해져 가는 만큼 아이들의 교육 활동과 먹을거리는 점점 볼품없어져 갔으리라.
명단이 발표되자 대부분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해당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절망했고 아이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유치원 연합회는 오히려 당당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억울하다", "마녀사냥이다" 등 제대로 된 반성이 없는 모양새다.
심지어 한유총 비대위는 '사립유치원, 교육 공무원보다 훨씬 반듯해'라는 보도자료를 내며 이들이 이번 사태를 대하고 있는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일부 유치원들은 '집단 휴원'과 '폐원'까지 거론하며 학부모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또 어떤 곳은 내년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도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아이들을 볼모로 내세우는 이들의 적반하장식 발언과 행태에 국민들은 망연자실하다. 그들의 주장대로 유치원도 일종의 사유재산이다.
하지만 유치원은 아이들이 집과 부모의 품을 떠나 하루 종일 생활하는 곳이다. 또 국가의 재산이 지원되는 곳이다.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책임지는 그들에게 사업가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양심과 책임을 바라는 건 정말 무리한 요구인걸까.
물론 사립유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실제 유치원 현장에는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헌신하는 좋은 교사들이 너무나도 많다. 관련 뉴스를 보며 화를 내다가도 아침마다 웃는 얼굴로 우리 아이를 맞아주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든다.
즐겨보는 뉴스의 앵커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런 코멘트를 했다. '유치원 앞에 비리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 당최 어울리기나 한 것인가….'
학부모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얼렁뚱땅 넘어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내 아이를 위해서도, 그 다음 아이들을 위해서도 이번 사태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적어도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서혜영 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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