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한상일의 '웨딩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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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한상일의 '웨딩드레스'

  • 승인 2018-10-25 16:26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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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땐가, 초겨울 갑자기 몸살이 나서 끙끙 앓았다. 온 몸이 물 먹은 솜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 뼈까지 욱신욱신 쑤셔서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갈증만 생겨 물만 들이켰다. 오빠가 면 소재지 약국에서 사온 약을 먹고 이불 속에서 땀을 흘리며 앓는 소리를 해댔다.

마침 그날 밤이 할아버지 제삿날이라 아버지 엄마 오빠는 저녁 8시께 큰집에 가야했다. 집에는 나 혼자 남았다. 텔레비전을 조그맣게 켜놓고 비몽사몽으로 시간을 보냈다. 까무룩 잠이 드는 건지 깊은 낭떠러지로 끝없이 떨어지는 것처럼 의식이 몽롱했다. 몸과 정신이 땅속 깊이 녹아 내려 가는 느낌이었다. 나른함이 달콤했다. 죽기 직전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 그렇다면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10시 넘어서 하는 음악프로에선 가수들이 나와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 가수의 노래가 끝나고 다음 가수가 나와서 노랠 부르는데 저음의 깊은 울림을 주었다. '당신의 웨딩드레스는 정말 아름다웠소/ 잠자는 웨딩드레스는 더욱 아름다웠소~' 옛날 노래 같은데 그 부드러운 목소리와 노랫말이 몽롱한 내 의식속으로 들어와 몸 속 세포를 일깨웠다.

마치 귓속에 따듯하고 달콤한 젤리향을 불어넣는 것 같았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면서 저 가수가 누굴까 생각했다. 몸이 녹지근했다. 한상일이라는 가수였다. 말쑥한 차림의 신사였다. 애절한 눈빛이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 노래가 어린 마음에 강렬하게 각인됐나보다. 지금도 종종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당신의 웨딩드레스는~'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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