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도 지나가는 무언가일 뿐"… 북유럽 문학 '가끔 난 행복해'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도 지나가는 무언가일 뿐"… 북유럽 문학 '가끔 난 행복해'

옌스 크리스티안 그뢴달 지음 | 진영인 옮김 | 민음사

  • 승인 2018-10-25 09:57
  • 신문게재 2018-10-26 9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가끔 난 행복해
 민음사 제공


'나의 이런 생각이 네겐 슬퍼 보이겠다 싶지만 알다시피 난 슬픈 사람은 아니야. 가끔 난 행복해, 노래에 있듯이 마음으로 행복해, 내가 항상 그걸 보여 줄 수는 없더라도. 뭐든 그저 지나치는 무언가일 뿐이야.'-본문 중에서



'이제 네 남편도 죽었어.' 소설은 갑자기 뺨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처럼 글의 문을 연다. 주인공 엘리노르와 헨닝, 안나와 게오르그 커플은 우연히 알게 된 뒤 절친한 사이가 된다. 어느 날, 함께 휴가를 떠난 스키장에서 눈사태로 헨닝과 안나가 세상을 떠난다. 그 비극의 뒤를 따라 죽은 두 사람이 몰래 만나왔다는 사실이 엘리노르와 게오르그에게 닥쳐온다. 남은 엘리노르와 게오르그에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둘은 서로가 동시에 겪은 상실과 배신의 고통을 서로 위로해 가면서 그 이후의 삶을 살아 나가게 된다.

소설의 화자인 엘리노르가 말한 '네 남편'은 안나의 남편이었던 게오르그다. 서로 닮은 슬픔을 안고 같이 살았던 그마저 죽자, 엘리노르는 사랑했던 모두가 죽고 홀로 남은 처절한 외로움을 느낀다. 그의 독백은 미혼모가 되어 외롭게 자신을 키운 엄마, 그리고 남편과 친구를 잃은 자신을 넘나들며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독자에게 전한다. 독일군을 사랑한 잡년의 자식으로 들어야만 했던 존재 자체에 대한 말없는 비난, 사랑했던 사람들의 연이은 배신, 자신에게만 찾아오지 않는 행운 같은 것들 때문에 그의 마음은 닫히고 때로는 고집스럽기도 하다. '생이 끝나면 살면서 일어난 일들은 수수께끼가 되어 버려.' 그는 모든 일이 '뭐든 그저 지나치는 무언가'일 뿐이며 '가끔 난 행복해'라고 고백한다.



영화감독 출신인 작가는 엘리노르가 가진 감정의 결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섬세하게 묘사한다. 스릴러나 판타지가 아닌 새로운 북유럽 문학을 만나보는 즐거움도 신선하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1.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2.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5.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