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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이 스무 해 전쯤 내놓았던 시집이 새 옷을 입고 나왔다. 책은 '스무 살은 처음'이라지만 그 속의 시어들은 그의 스무 살에 나온 것이 아니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스무 해 전 자신이 젊음을 다 탕진하고 중년의 초입에 들어섰을 때였음을 고한다. "그때 어느 날 문득 젊은 날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시의 언어로 쏟아졌"으며 "잃어버린 첫사랑의 시들, 모호한 불안과 갈망을 앓으며 썼던 이 시들은 영원한 스무 살의 언어로써 자리잡을 때만 빛난다"고 전한다.
시 [내 스무 살 때] 속 그는 자신을 돌아본다. "…내 생은 불만으로 부풀어 오르고/ 조급함으로 헐떡이며 견뎌야만 했던 하루하루는/ 힘겨웠지, 그때/ 구멍가게 점원자리 하나 맡지 못했으니(중략)…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줄도 몰랐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을 건넬 줄도 몰랐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무지로 흘려보내고/ 그 뒤의 인생에 대해서는 /퉁퉁 부어 화만 냈지" 시인은 꿈을 상실했던 젊은 시절을 반성하고 성찰한다. 무언가를 몰랐으며, 잃었다고 말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그 존재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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