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ondoo 제공 |
언제인지, 어디인지 모를 동화책 속 공간에 짱돌이가 있다. 작지만 몸이 단단하고 기운센 짱돌이는 다정하게 구는 법을 모르는 아이였다. 친구가 필요한 줄도 몰랐다. 몰라서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그러나 가끔 나타나 짱돌이의 곁에 머무는 짱순이는 분명 그의 친구였을 것이다.
어느날 짱돌이는 샛강에서 뱀장어를 잡아오지만 다음날 뱀장어는 사라지고 없다. 짱순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짱돌이를 위로해주려 재치있는 상상을 들려준다. 쥐들이 이불삼아 덮으려고, 여우가 목도리 하려고 가져갔을 거라고. 그러나 짱돌이는 그럴 리 없다며 믿지 않고, 짱순이는 토라져 뒤돌아 뛰어가 버린다. 아무도 없는 마당에 홀로 선 짱돌이는 마음속에 부는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박연준 시인의 첫 동화 작품인 『정말인데 모른대요』는 동화책이지만 동시를 읽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림 속 장면들도 그 경계의 초월을 닮아, 풀숲이 우거지고 맑은 물이 흐르던 시골 풍경이, 짱순이의 상상 속에서는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도시로 바뀐다.
혼자 방으로 들어간 짱돌이의 속내가 드러나는 부분에서, 책에는 시어가 쏟아진다. 소리 내어 읽거나, 눈으로 따라 읽는 사이 짱돌이의 마음에 저절로 젖어들게 된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