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 문화
  • 문화/출판

[나의 노래]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 승인 2018-10-24 15:41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GettyImages-a11105039 (1)
'1986년 대학 1학년에 복학했다. 집에서 빈둥거리다 바쁜 학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난 시골에서 올라와 삼성동에서 결혼한 언니 집에 얹혀 살았다. 낯선 도시에서 혼자 자취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언니 집에 들어갔다. 각오했지만 나만의 편안한 공간이 없어 늘 불편했다. 내 성격이 붙임성도 없는데다 낯선 환경이라 나름 스트레스를 받았다. 언니도 넉넉지 않은 형편에 시골서 올라온 동생 챙기느라 나름 피곤할 터였다. 그래서 주말이면 시골 집에 가려고 핑계대기 바빴다.

금요일 오후 삼성동에서 용두동 시외버스터미널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사람이 별로 없어 북적거리지 않아 느긋한 마음으로 차창밖 풍경을 즐겼다. 버스 라디오에선 음악방송이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용두동에 거의 와 갈 즈음 라디오에서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가 흘러나왔다. '세월이 흘러가면 어디로 가는 지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혼자 걷다가 어두운 밤이 오면 그대 생각나 울며 걸어요~.'

나직이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노랫말이 가슴을 적셨다. 달콤한 노래에 빠져 마치 내가 노래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한껏 감상에 젖었다. 이문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심란한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아 꼼짝 할 수 없었다. 곧 내려야 되는데 노래는 끝날 줄을 몰랐다. 결국 버스는 용두동을 지나 신나게 달렸다. 그냥 이대로 세상 끝까지 달려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이고 나발이고 큰 의미가 없었다. 절실히 원해서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에 가도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유성까지 갔다. 유성 터미널에서 청양가는 버스를 갈아탔다. 한 20분 정도 꿈결같은 달콤함이 굳어있는 내 마음을 녹여줬다. 세월이 흘러도 그때의 심상이 아로새겨져 이 노래만 나오면 골똘히 듣게 된다. 어수선한 청춘의 한 시절을 예고하는 노래, '난 아직 모르잖아요'. 눈물과 설렘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1.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2.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5.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