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삼성동에서 용두동 시외버스터미널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사람이 별로 없어 북적거리지 않아 느긋한 마음으로 차창밖 풍경을 즐겼다. 버스 라디오에선 음악방송이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용두동에 거의 와 갈 즈음 라디오에서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가 흘러나왔다. '세월이 흘러가면 어디로 가는 지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혼자 걷다가 어두운 밤이 오면 그대 생각나 울며 걸어요~.'
나직이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노랫말이 가슴을 적셨다. 달콤한 노래에 빠져 마치 내가 노래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한껏 감상에 젖었다. 이문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심란한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아 꼼짝 할 수 없었다. 곧 내려야 되는데 노래는 끝날 줄을 몰랐다. 결국 버스는 용두동을 지나 신나게 달렸다. 그냥 이대로 세상 끝까지 달려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이고 나발이고 큰 의미가 없었다. 절실히 원해서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에 가도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유성까지 갔다. 유성 터미널에서 청양가는 버스를 갈아탔다. 한 20분 정도 꿈결같은 달콤함이 굳어있는 내 마음을 녹여줬다. 세월이 흘러도 그때의 심상이 아로새겨져 이 노래만 나오면 골똘히 듣게 된다. 어수선한 청춘의 한 시절을 예고하는 노래, '난 아직 모르잖아요'. 눈물과 설렘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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