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진 기자 |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박수와 환호를 받는 한국축구지만 한쪽에서는 피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이 있다. 경찰청의 선수단 모집 중단 선언으로 팀 해체 위기에 몰린 프로축구 K2 리그 소속 아산무궁화 선수들이다.
경기가 열렸던 당일 경찰청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아산무궁화의 경찰청 선수단을 추가 모집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아산무궁화 논란에 대해 경찰청 기존의 태도를 고수하며 공식화한 것이다.
충남 유일의 프로축구팀이 사실상의 해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축구관계자들과 프로구단 서포터들 그리고 지역 체육계까지 나서며 경찰청의 선수수급 철회를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산무궁화에 선수가 충원되지 않으면 내년 시즌에는 14명의 선수만 남는다. 프로연맹규정에 선수단 20명을 확보하지 못하면 리그에 참여할 수 없다.
축구계와 팬들이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도래했지만 이를 해결할 만한 대안은 없다. 아산시는 시민구단 전환 등 대안을 찾고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시민구단 전환을 위해선 기본적인 행정절차만 거친다 하더라도 최소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프로연맹이 경찰청에 통보한 대안 마지노선은 11월까지다. 연맹과 경찰청이 현재 입장을 고수한다면 아산 선수들은 한 달 후 유니폼 경찰 근무복을 입고 보초를 서거나 순찰을 돌아야 한다.
현재 아산에는 성인 선수들 외에도 18세 이하 어린 선수들이 아산 소속으로 뛰고 있다. 아산이 해체된다면 이들 역시 전국 각지로 흩어져 다른 팀을 찾아야 한다. 프로선수로의 꿈을 키워온 어린선수들이 이번 사태로 큰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아산시와 프로연맹 경찰청의 합의로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해결점을 찾았으면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지만 이대로 프로구단 전체를 해체한다면 이후 축구계 전체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16년 전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은 모 기업의 운영중단 선언으로 해체 위기에 놓였었다. 지금의 아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시티즌을 살려낸 원동력은 전국 각지를 돌며 100만인 서명운동을 다닌 팬들의 열정과 시티즌을 살리자는 시민들의 의지에 있었다. 당시 시티즌의 문제를 축구계만의 문제로 생각했다면 시티즌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아산무궁화 사태를 축구계만의 문제로 제한해선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자체와 당당 기관의 창의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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