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광 이사장 |
요즘 10대는 유튜브로 세상을 읽는다고 한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AI로 작동하니, AI는 이미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었나 보다.
AI 연구는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존 매카시 교수가 AI(인공지능)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래 1970년대까지 활발히 진행되다가 더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빙하기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이른바 기계학습을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형태로 진화하며 중흥기가 도래한다.
이후 2006년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가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기계학습 방식을 발표하고, 2012년 스탠퍼드 대학의 앤드류응과 구글이 딥러닝을 사용해 유튜브 비디오 천만 개 중에서 고양이 이미지를 3일 만에 식별해내면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게 된다.
현재 세계 2만 개 이상의 기업이 딥러닝을 이용해 해당 산업 분야를 발전시키고,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난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AI가 아카데미 영역에서 비즈니스와 산업의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AI 기술의 발전은 구글, MS, IBM 같은 미국의 IT 기업들이 주도하고, 중국도 AI 기술 기업을 M&A하는 방법 등으로 맹추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 정도가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오픈하고 AI 구루를 영입하는 등 애쓰고 있으나, 기술 수준은 글로벌 AI 기업들보다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발등의 불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떨어졌다는 데 있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던 B2B 마켓은 물론 소비자에 판매하던 B2C 마켓마저도 잠깐 한눈파는 사이 AI로 업그레이드된 글로벌 기업에 빼앗길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리치 칼가아드는 "기업들은 AI가 지닌 전례 없는 잠재력을 깨닫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번성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고 단언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AI 기술의 범용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며칠 전 AI 연구모임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AI는 그냥 컴퓨터와 같은 도구일 뿐"이라고 했다.
필자의 대학 시절, 공대 본부에 한 대 있던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OMR 카드 같은 용지에 프로그램을 써넣고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던 때도 있었다. 이후 PC가 나오고, 운영체계가 DOS에서 윈도우로 바뀌고, 인터넷과 모바일 디바이스의 사용이 보편화해 이제는 컴퓨터 전문가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돈을 더 많이 버는 세상이 됐다. 유튜브 기술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도 유튜브의 가치사슬 속에서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업의 AI 도입을 촉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출발점은 기업 CEO 스스로 AI 도입 필요성에 확신하는 것인데, 대부분은 AI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주저한다. CEO의 관심을 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산업 분야에서 AI 적용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출연연 연구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AI 연구팀들은 기업들이 AI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산업 분야별로 다양한 AI 플랫폼과 공통 프레임워크를 제공해야 한다. 다른 연구팀들도 각자의 연구 분야에서 AI의 활용을 확대해 적용 사례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최근 대덕의 연구원들이 자발적인 AI 연구모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AI 전공자가 아니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독학으로 AI 기술을 연구하고 활용방법을 모색하던 이들이 뭉쳐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남은 일은 이들과 함께 AI 기술 적용에 도전해 볼 기업들을 찾아서 연결해 주는 일이다.
AI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노력도 지속해야 하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산업부터 재빠르게 AI를 적용해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 중소기업이 휘몰아치는 AI 광풍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양성광 연구개발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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