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과 창업기업이 속속 탄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자체의 뒷받침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서 성장해야 할 스타트업의 ‘탈대전’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대전은 대덕특구가 중심에 있어 스타트업의 요람이 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제조기술 기반의 창업자 수가 어느 지역보다 많은 편이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교육과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을 살펴보면, 졸업 기업 24곳 중 90%가 IT와 ICT 분야다. 현재 입주한 기업 18곳도 ICT 기반의 스타트업이다. 연구원이나 학생 등 대덕특구를 기반으로 한 창업인력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10년 안쪽으로 대전의 먹거리 산업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역의 무관심이다.
대전의 스타트업은 대부분 대전혁신센터를 통해 외부에서 지원받은 투자금액으로 성장 중이다. 대전에 투자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대전 자체에서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 워낙 적어 성장 과정은 물론 향후 기업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전에 뿌리를 둔 스타트업은 성장을 위해 수도권이나 기타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다. 인력이나 아이디어(기술) 등 자원은 풍부하지만, 공장을 세울 수 있는 부지나 사무실 임대마저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창업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도 문제다.
창업은 2.7번 도전해야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업계의 불문율이 있을 정도로 어렵다. 그러나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지원을 줄이거나, 아이디어를 사장할 수 없다. 재도전의 기회, 재도전할 수 있는 밑바탕이 지역 사회에 깔려야 판교나 실리콘 밸리처럼 대규모 타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창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연구원들의 좁은 문도 해결 과제다.
정부출연연구기관별로 창업을 위해 휴직하는 연구원을 위한 제도가 제각각이다. A 연구원은 최대 기간을 보장해주지만, B 기관은 퇴사해야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
출연연 연구원은 “창업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안정적인 연구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제도적인 장벽으로 망설이는 동료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임종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기업조차 지역에서 붙잡지 못한다면 잘 키워 남 주는 형국이 되고 만다”며 “제조기술의 스타트업이 많다는 것은 대전에 행운이다. 이들을 잘 키워서 대전의 경제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1월께 엔젤 투자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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