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이 많아 정신이 없을 때 빨리 그 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내 경우 일이 많아 시간에 쫒기는 것은 일을 너무 많이 벌려 놓아서 수습이 잘 안될 때도 있지만, 생각보다 일 처리가 되지 않아 일이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가끔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 하나씩 일을 처리해 가고 있지만, 중간에 시급한 일이 생기거나 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여 계획된 일을 하지 못해서 일이 쌓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던 일이 쌓이거나 해야 할 것들이 계속 생기게 되면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게 됩니다.
일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일이 자발적인 일이건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던, 이런 일은 말 그대로 ‘일은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은 생계를 위해서도 해야만 하는 것이지만, 생계나 흔히 말하는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없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적절한 동기나 동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생계를 위한 것’도 그 일을 해야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해야만 하는 일이 그냥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라는 동기가 아니라 보람도 있고 그 일을 통해 성취감도 느끼고 명분도 있는 일이라면 일을 하는 열정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일을 하는 보람도 있고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게 된다고 하더라도 일이 많아서 능력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면 일은 정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일을 빨리 처리하고 좀 쉬고 싶다는 마음만 들게 되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일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해야 하는 가 입니다. 물론 일의 종류와 성격, 일의 내용과 양, 일을 처리하는 방식과 절차 등 일을 처리할 때 고려해야하는 것은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일 처리에 있어서 고려할 사항을 가급적 모두 고려해서 일을 하는 것이 바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항들을 고려해서 일을 하게 되면 시행착오나 오류 그리고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일을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일을 처리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점검하고 일을 처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느라 막상 일을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이런 경우가 어찌 보면 최악의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주변에서,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이런 경우를 스스로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때로는 명분이 없어서 명분을 찾기 위해서 시간과 능력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쩔 수 없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억지로 방법을 찾느라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그것이 일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리고 이와는 전혀 다른 경우도 발생합니다. 일을 해야 하는 명분도 분명하고 그 일을 처리하는 방법도 적절하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생각이나 계획과 달리 예상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거나, 본래의 계획이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인지 바뀌게 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때로는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생각이나 정책이 바뀌어서 일을 하는 담당자의 의견이나 일의 진행정도와는 별개의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일을 처리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속이 터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결과 일은 중단되거나 취소되어 그 때까지 한 일들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일을 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허무하고 정말 화가 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일을 하면서 이런 저런 경우를 당하게 되면, 일을 하려고 하는 마음도 사라지고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일을 하고 싶지도 않고 일이 없는 시간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번쯤은 일을 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라게 됩니다.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루를 지내는 것 말입니다. 강제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일을 할 수 없어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이 그런 것입니다. 물론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이 생길 수도 있고, 일을 하는 동료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도 있겠지만,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정말 전혀 일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그런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아무 일을 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이 주어진다고 하면, 아마도 처음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일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의미에서 그 기쁨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게 되면, 이렇게 일을 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그 일을 해야만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과 책임감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는 시간이 결코 ‘일로부터의 해방 또는 자유’가 아니라는 점에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인간은 일을 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이 일을 해야만 하는 존재라고 하더라도 하루 정도는 일로부터의 자유를 갖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이 많아서 일이 쌓여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일의 효율성이나 효과성 그리고 일의 성과를 고려해서라도 일이 쌓이고 밀려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보다는 조금 여유를 갖고 일을 능동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하다가도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고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도 일을 하는데 필요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떠나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이런 시간들을 갖고 나서 일을 할 때, 일에 대한 성과도 더 효과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 때문에 단풍을 느끼기 위해 산행을 할 시간이 없더라도, 주변에 있는 가로수의 단풍을 보면서 시간의 변화, 계절의 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단풍의 아름다운 색과 함께 느끼는 여유가 이번 주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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