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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와 공간은 현대인을 어떻게, 얼마나 증명할까. 집을 꾸미기 위해 저렴한 물건을 구입하는 일은 구차한 것일까.
김의경의 소설집 『쇼룸』에는 '합리적인 소비'를 대표하는 다이소와 이케아를 작품 속 주요 공간으로 다룬 단편들이 담겼다. 수록작 「물건들」 속 '나'는 다이소에서 만난 '영완'과 동거한다. '나'는 그와 다이소에서 함께 쇼핑하며 소박한 생활의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영완의 친구네 집에서 아기를 보자 아이가 있는 삶이 진짜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둘의 사이는 벌어진다. 「이케아 룸」의 '소희'는 유부남과 연애 중이다. 그가 사 준 오피스텔에 이케아 가구를 채워 넣지만 그 안에서 그의 연락을 기다려야만 하는 자신이 싸구려 물건처럼 느껴진다. 「이케아 소파 바꾸기」의 사라, 미진, 예주는 '가장 싼 것'을 찾아 이케아를 헤맨다. 그들은 19만9000원짜리 소파를 사지 못하고 9만원짜리를 산다. 1만4900원짜리 스탠드를 내려놓고 5000원짜리를 담는다. 자본은 없고 시간뿐이므로, 그들의 존재증명은 기다림과 최저가 상품으로만 가능하다.
주인공들에게 공간을 물건으로 채우는 일은 마음의 허전함을 달래는 것과 비슷하다. 구입한 물건의 가격이나 품질은 자신의 가치와 동등하게 느껴진다. 그로 인해 주인공들은 공간이나 물건을 취하거나, 종국에는 버리기도 한다. 가지고 싶고, 가질 수 있을 것 같지만, 가지지 못하는 상태. 이케아 쇼룸 속 물건들이 개인의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듯, 소설집 『쇼룸』 역시 전시된 공간의 허황됨에 대해 계몽하지도, 쾌적하고 합리적인 공간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도 않는다. 삶의 한 장면들을 그저 묵묵히 보여주는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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