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 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
1970년대 후반 강릉방송국 시절, 강원도 속초지역 한 여고에서의 프로개편 후 첫 공개방송! 당시 강릉지역은 라디오 방송국만 있었고, 공개방송 신설은 당시에는 시골(?)방송으로는 획기적이었다.
요즘과 달리 100% 녹음방송을 할 때다. 지금도 그렇지만, 해외 촬영을 제외하고는 사회자나 출연자들은 각자 방송시간에 맞춰 현장을 간다.
방송장비를 책임지는 엔지니어들은 방송국 차량(당시에는 지프)에 각종 음향장비를 싣고 일찍 현장에 도착, 장시간에 걸쳐 방송제작 준비를 마친다.
녹음시간이 되니 여고생들이 강당으로 모여든다. 그런데 "아뿔싸!" 엔지니어가 새로 구입한 마이크를 신주 모시듯 보관하고 있다가 깜빡하고 그냥 온 것. 강릉의 운전기사에게 급하게 부탁한다.
그러나 이 기사분은 속초로 오는 길목에서 '꿩 떼'를 발견한다. 당시 속초로 가는 길목은 나무도 우거져 곳곳에 '꿩'이 득실했으니 사냥놀이를 즐긴 것이다.
학생과 선생님들은 "왜 시작 안 하냐?"고 아우성이다. 창피하게 "마이크를 안 가져왔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때부터 마이크가 오기 전까지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육성으로 노래를 부른다.
"말없이 건네주던 하아얀 차가운 손~."
학생들은 남의 속도 모르고 "마이크도 없이 무슨 노래를?" 했을지도 모른다.
녹음방송이기에 다행이었지 생방송이었다면…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마이크 때문에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지금은 50대 후반이 된 당시 여고생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박붕준(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 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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