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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맺힌 한이 있어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거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회귀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 거야
세속의 기준을 볼 때 박경리는 불행한 여자였다. 6.25 때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기구한 팔자였다. 흔한 말로 참척의 고통을 견뎌낸 작가는 불행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어쩌면 토지의 서희는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 혼자 힘으로 가문을 이끌어가는 여장부였지만 그 뒤엔 슬픔과 고통을 표현할 수 없는 환경의 여자. 딸의 남편인 사위 김지하의 옥바라지도 했다. 소설가 김훈이 에세이에 언급하기도 했다. 손주를 업고 엄동설한에 감옥 앞에서 사위를 기다리는 늙은 장모. 어떻게 이다지도 평생을 남자 몫을 온전히 해야 했나. 징그러운 세파에 시달리며 타오르는 불꽃같은 '토지'라는 대작을 탄생시켰으니 그 삶이 불행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일 잘하는 사내 어디 없나.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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