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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
과학기술과 의술의 발달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반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은퇴 시기는 앞당겨지고 있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지천명인 50대를 넘어 새로운 도전에 성공한 사례가 속속 나오면서 오히려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되묻고 있다. 사업 영역을 가리지 않고 용감하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해 제2의 직업전선에 나서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50대 이상의 남성 7000여명이 지게차 면허를 취득했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 후 아파트 경비원이나 대리기사로 뛰는 사례도 흔하다.
울산에는 NCN(New Challenge Network·전문경력인사지원센터)이란 조직이 있다. 30여년간 대기업에서 공장장이나 임원으로 재직하다가 은퇴한 고경력 전문인력들의 모임이다. 무려 170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초석이 된 울산 석유화학단지는 1970년대 초부터 가동되었다. 화학산업은 세계 경기 회복세 지연에 따른 수요 부진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단기적인 처방만으론 재도약을 위한 활로를 모색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발전의 주역이며 핵심 인력들이 은퇴하게 되면서 무형의 지식자산들이 급격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NCN 위원은 석유화학공장 현장을 자기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는 산증인이다. 울산시는 이 자원을 중소기업의 멘토링과 컨설팅 그리고 청소년 교육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석유화학공장의 가장 든든한 안전 지킴이 역할도 수행한다. 대전에도 이와 유사한 성격의 소중한 자산이 있다. 대덕연구단지의 과학기술 국책연구소를 은퇴한 과학자들이다. 하지만 과거에 소속했던 각 연구소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어찌 보면 '형식만 갖춘 체면치례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노인이 갖고 있는 지식은 도서관의 책보다 많다'고 했다. 또한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버린 것과 같다'라는 외국 속담도 있다. 노인이 일생 동안 쌓아 올린 지식과 지혜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전문경력인사가 현장에서 평생 축적한 경험과 지혜는 매우 값지다.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을 적시적소에 재활용하자. 이들은 국가나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싶어 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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