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오늘날의 4차 혁명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을 주는 몇 개의 메가트렌드는 우리 사회를 변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1990년대 존 나이스비츠의 '메가트렌드'가 발간되면서 이는 주류의 시각으로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트렌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러다 2007년 마크 펜의 <마이크로트렌드>와 올해 <마이크로트렌드X>가 발간되면서 메가트렌드 못지않게 마이크로트렌드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마이크로트렌드는 열정적인 작은 집단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움직임으로, 이 작은 집단이나 점들이 변화해 전체에 막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점점 집단에서 개인으로 분화되면서 '원자' 단위의 열정적인 소수 사람의 선호나 선택의 변화, 사소해 보이지만 의외로 강력한 임을 발휘하는 소수 집단의 행동 패턴이 세상의 룰을 바꾸고 있다.
실제로 세상을 움직이는 방식을 결정하는 몇 개의 메가트렌드가 있다는 개념은 무너지고 있다. 대신에 세상은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마이크로트렌드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개인이나 작은 집단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고 그러한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세상 이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들이 결국 큰 차이를 만들고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난 미국의 대선에서 몇 가지 트렌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고 승패를 결정지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한 미국 근로자의 생산직 일자리 격감, 도시로의 심각한 청년 유출로 인한 시골 경제적 낙후, 이민자의 유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장기간의 임금 정체 등의 트렌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과 같았다.
바로 그때 도화선에 불을 붙인 후보가 트럼프였다. 그는 민주당만이 아니라 같은 당인 공화당의 친 무역과 친 이민 성향의 엘리트들에게도 대항했다. 민주당 오바마에게 투표했던 백인 육체 노동자계층 유권자들이 크게 공감해 공화당 후보인 그를 지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샤이 보수는 여자보다 남자가 특히 많다. 전에는 가정에서 남편이 정치적 견해를 이끌었지만, 현재 남편은 아내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만 반대한다. 이는 정치적 소신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가는 거실 소파에서 자야 하거나 심한 경우 이혼까지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 부부나 커플이 정치적 견해로 다투다가 헤어지는 비율이 10%인 것으로 나왔다. 정치적인 갈등은 젊을수록 더욱 심각해 밀레니엄 세대의 경우는 22%가 정치적 견해차로 헤어질 정도였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어떤 트렌드나 현상이 같은 방향이 아닌 서로 반대되는 양방향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금 세상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까닭은 대립하는 트렌드들이 부딪치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서 상반된 트렌드들이 주도권을 높고 다투면서 혼돈을 야기하고 있다. 정보화 시대가 거짓 정보가 판을 치는 허위정보화 시대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경제에 대한 낙관주의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보다 소수의 인터넷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분야가 이런 모순적 트렌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인구 구성과 기술,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선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메가트렌드만 추종하고 있지는 않은가. 쉼 없이 콘텐츠가 양산되고, 빠르게 소비되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존재하는 마이크로트렌드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보다 필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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