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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안성 시립 보개 도서관으로 가는 길 내내 하늘이 뿌옇다. 평택 시내를 벗어나면서 띄엄띄엄 멀리 보이는 아파트와 길가의 상점들, 그 사이로 벌판이 스쳐 가고 저만큼씩 야트막한 산들이 있다. 이 도시는 그동안 내가 다닌 문학관이 있는 도시 중 어느 곳과도 비슷한 이미지가 없다. 벌판뿐이다. 그 벌판은 광야라 하기에는 좀 작고, 들판이라 하기에는 좀 황량하다. 계절 탓도 있으리라.' - 「바람 같은, 돌 같은 박두진의 집」 중에서, 175쪽
좋은 시는 수십, 수 백년 동안 살아남아 읽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시에서 마주한 감동은 사람들에게 작품과 작가를 위한 공간을 만들게 하고, 시는 그 안에서 더 커다란 생명력을 얻는다.
저자 김성장 시인은 전국의 문학관, 작가의 생가, 묘소, 자료실, 시비 등을 찾아 그 생명력을 마주하고 글을 썼다. 저자의 눈에 시인의 생가와 마을은 시를 낳은 집이고, 문학관과 묘소는 시로 만든 집이었다. 글은 2년간 『옥천신문』을 머물 곳으로 삼아 독자들을 만났다. 그 중 12편과 미발표 원고 2편이 『시로 만든 집 14채』라는 이름의 새 집에 들어섰다. 윤동주, 김수영, 유치환, 신동엽, 박인환, 김병연, 조병화, 신석정, 서정주, 오장환, 정지용, 신석정, 정지용, 김남주 시인이 그 안에 숨쉰다. 서예가로서의 이력도 가진 저자가 각 시인을 대표하는 시구를 적은 캘리그라피도 시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감상을 더한다.
'한 시인의 삶과 시가 지니는 빛을 프리즘처럼 다채롭게 분광하여 보여 주면서 그것이 우리의 삶에 던져 주는 의미를 찾아낸다'는 복효근 시인의 추천사처럼 책 속 기행은 시인과 시를 둘러싼 낯선 사유의 세계를 마주하게 한다. 시로 지어진 문학관이라는 공간. 그 공간이 낳은 글을 읽다가 가슴에 또 다른 생각의 집을 한 채 짓는 일은 분명 감동적일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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